ADVERTISEMENT

서구 사치 만끽하는 소 특권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련의 지도층 인물들은 일반시민으로부터 격리된 주택가나 휴양지·특별병원·특수학교 등에서 특권을 누리며 생활하고 있다.
소련사회를 근대화한다는 구실을 내세우고 이들 지도층은 자기네에게 주어진 특권을 최대한으로 이용, 사상과 지배권력을 독점하고있다.
소련 지도층 인사들의 사생활에 대하여 소련시민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신문에 그들의 생활에 대한 기사는 한 줄도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당이나 정부 지도자들의 가족관계 등 사생활에 접할 기회는 전연 없다. 소련의 지도층 인사들은 시민들과 완전히 격리된 온상 속에서 자기들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고급승용차를 타고 거리를 달릴 때도 일반교통을 완전히 차단하고 삼엄한 경비 속에 차창에 커튼을 내려 일반시민과 격리된다.
이들은 소련국내에서 생산되는 고급승용차를 제쳐 두고 외국산 승용차에 즐겨 몸을 담는다. 브레즈네프 포드고르니 등은 벤츠600을 애용하고 있다. 국가계획위원장인 바바이코프는 미국제 시볼레를 갖고 있다. 모스크바 교외의 고관휴양지인 우스펜스코예로 가는 길목에는 서방세계에서 수입한 신제 고급승용차가 곧 잘 눈에 띈다. 자동차 안에는 대개 당이나 정부기관의 젊은 여자들이 앉아 있다.
지도급 인사들의 특권은 정부가 보장해 주고 있다. 이들의 필요로 하는 주택·별장·자동차에서 집안에서 부리는 가정부에 이르기까지 크렘린·요브카로 속칭되는 특별기관이 보살펴 주고 있다.
브레즈네프를 비롯한 당정치국이나 중앙위원·정부고관들은 일상생활 필수품을 시장에서 구입할 필요가 없다.
스페즈·마가지네 (보고)라고 불리는 특수상점에서 자기가 필요한대로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점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주택이거나 관청처럼 보여 얼핏 알아보기 힘든다. 물론 상점이라는 표지도 없으며, 이 장점에 출입하려면 특별증명서를 가져야 한다.
특권층 인사들은 매달 1일, 이 장점에 50루블 (약50 달러)씩 지불하기만 하면 자기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다.
이 상점에는 물론 일반시민이 구입할 수 없는 물건이 쌓여 있다. 프랑스의 코냑의 유류에서 외제향수·녹음기 등 자질구레한 사치품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스페즈·마가지네는 크렘린관 안이나 국방성 건물 안 등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스페즈·마가지네의 동급도 고급 관리와 중급 관리 등으로 나뉘어 중급 관리의 스페즈·마가지네에서는 외국제라 하더라도 동구 공상국의 제품으로 한정돼 있다.
당이나 정부의 지도층 외에도 스페즈·마가지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레닌 훈장을 받은 인물이나 저명한 예술가·과학자 등에 한정돼 있다. 이들이 물건을 구입하는 데는 물론 현금이 필요치 않다.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증명서 한 장이면 얼마든지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특권층들은 언제 자기네가 지닌 특권을 박탈당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련지도층의 생활은 일반시민과 전혀 융화대 있지 않다. 그들은 자기네 지위나 활동영역에 따른 클럽에 끼리끼리 모여 생활한다.
중간층의 관료들도 자기네끼리의 거주지역을 설정하여 모여 산다. 즉 외무성 직원의 주거구역, 국방성 직원의 주거지역에 따로 모여 생활한다.
이는 일반 시민들의 사회적 진출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이들 사회의 외부나 하층사회와의 절연은 절대적이다. 이들 사회의 공통된 특징은 자신들의 사회적 전락을 방지하는데 있다. 이들이 블록을 형성하여 생활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지도층의 자녀가 당이나 정부·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낼만한 능력이 없다고 우려되면, 신문사종업원이나 외교관으로 둔갑시킨다. 브레즈네프나 코시긴의 딸이 노보스티 통신사에서 근무한 것은 이러한 예에 속한다.
저명한 예술가나 지도자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돔·키노라는 클럽에서는 일반시민이 볼 수 없는 서방의 신판 영화가 상여되기도 한다. 돔·모델리라는 살롱에서는 파리의 디자이너가 무색할 정도의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웬만한 관리는 시골에 「다차」라는 별장을 가지고 있으며, 특수한 지위에 있는 인물들은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30km떨어진 우스펜스코예의 일반인이 통해할 수 없는 별장 촌에 「다차」를 갖고 있다. 광대한 지역의 울창한 숲 속에 자리 잡은 이 지역을 출입하려면 특별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모스크바에서 우스펜스코예에 이르는 도로는 일반시민의 통행이 금지돼 있으며 교우로마다 경비 초소가 있고 하루 종일 순찰차가 달리고 있다.
이 별장지대의 개개 「다차」는 대개 높다란 초록색판자로 울타리를 치고 있다.
건물의 모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식의 방갈로·스타일에서 우아한 프랑스의 건축양식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이다. 이들 건물은 모두 적군공병대가 지도층 인사를 위해 지어 놓은 것이다.
우스펜스코예 별장촌 안에는 물론 수영 풀·영화관·레스토랑·테니스·코트 등도 갖추어져 있다.
이 특수지역에서 특권층의 자녀는 비키니 차림에 커다란 선그라스를 끼고 서구의 비트 음악이나 재즈를 즐겨들으며 켄트나 셀일렘 등의 서구 담배를 피워 물고 일반 소련시민과 동떨어진 생활을 즐기고 있다. <스피겔 지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