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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회에 바란다|8대 의원들에 주는 여성들의 제언(2)-여성 운동-이숙종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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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구미는 물론 가까운 일본까지도 휩쓸고 있는 여성 해방 운동은 아직 한국엔 상륙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 여성들이 아직 그 단계까지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그 이전의 문제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처럼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커다란 운동으로 번질 수 있을 만큼 활발하지도 생활화되지도 못하고 있다.
그 좋은 본보기로 이번 8대 국회에 순수한 여성 단체 대표가 한사람도 진출하지 못한 사실을 많은 여성 관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여성 단체 협의회 이숙종 회장 (67·성신여사대학장)은 그러나 『비록 숫적으론 적지만 4명의 여야 여성 의원들을 다리로 해서 여성의 사회 활동이 얼마나 필요하고 또 효과가 큰 것인가를 널리 인식시켜 이를 보편화시키는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새 국회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종래의 「불우한 여성이하는 것이 여성 운동」이라는 인상이 어느 정도 가셨지만 한국의 여성 활동이 지금껏 활기 있게 퍼지지 못하는 이유가 남성 중심 사회의 무관심, 즉 무반응에서 오는 의욕 상실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여태까지 메아리 없는 운동을 해온 셈입니다. 인재난·인식난·재정난의 악조건 밑에서 어렵게 문제를 제기해 놓으면 그저 하나의 「건의」로만 그쳤을 뿐 우리의 의도가 번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지요.』
바람직한 중간 집단으로서의 여성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여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모든 문제-사회 복지·부녀 아동 보호·청소년 문제 등의 건전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여야할 것이고 이러한 여성 단체들의 역할이 시책으로 국민 생활에 전달되기까지는 입법 기관인 국회의 연결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숙종씨는 특히 『국회와 여성 단체의 활발한 유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법률 제정에서 여성 단체가 자문 역으로 입법에 참여하고 있어요. 여성 단체의 육성은 바로 그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데 있는 것입니다.』
이숙종씨는 전에 없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지위 향상, 여성 활동 지원 등의 공약이 제시된 만큼 그 동안 여성 단체들이 추진해왔던 소비자 보호법을 비롯하여 아직도 해결을 못 보고 있는 모자 보건법,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고아 사업의 재검토, 산업화·핵가족화에서 오는 청소년 문제, 노인 문제 등 사회 복지법의 광범위하고 세심한 입법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성 단체들이 여기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의견을 제공하면서 여야의 공약 이행을 매섭게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소비자 보호 문제는 각 여성 단체가 앞장서서 불량 상품 전시회 등을 통하여 제재의 범위까지도 제시했어요. 또 가족 계획, 인공 유산에 대한 인구 문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문제가 여성들에게만 한한 것이 아닌데 소홀히 다루어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는 국회가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대 했을 때 대강 대강 상식적인 선에서 해결하려는 무관심의 태도를 지양하여 모윤숙 의원이 『땅에 발을 붙이고 시를 쓰겠다』고 당선 소감을 말했듯이 현실에 파고드는 의정을 당부했다.
『여성 단체들이 단순히 여성들 자신을 계몽시켰던 시대는 지났어요. 이제는 사회의 일선에서 여성과 가정과 국가를 잇는 모든 국정에 참여할 저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이숙종씨는 8대 국회가 이 저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국가 발전으로 전환시키는 첫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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