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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부동산 헐값 매각 869억 손실 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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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광화문 KT사옥 6층 G&E부문에 검찰 수사관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G&E는 KT의 대(對)기업 투자 및 사업을 총괄하는 곳이다. 수사관들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각종 회의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근무시간 중 이뤄진 압수수색에 KT 직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주요 임원들은 곧바로 비상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회사 경영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KT의 한 임원은 “그간 이석채 회장의 교체설이 계속 나돌았는데 결국 올 것이 왔다”며 “결국 이 회장의 거취문제와 연결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참여연대가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KT와 이석채 회장을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1차 고발의 핵심은 KT의 ‘비상식적 사업투자’였다. 지하철 5~8호선의 디지털 광고사업(SMART몰 사업)에 투자하면서 지급보증을 서주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이후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이 회장과 친척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설립했거나 투자한 회사를 KT가 계열사로 편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60억원가량 손해를 끼친 혐의도 포함됐다.

 2차 고발에는 KT의 ‘비상식적 부동산투자’가 거론됐다. 2010년부터 KT 소유 부동산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에 팔아치웠다는 내용이다. 이 부동산은 비업무용이 아니라 꼭 필요한 업무용이어서 다시 임차를 했다. 이때 고가에 빌리는 바람에 회사 측에 최대 86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보통 대기업 비리 수사는 3차장 산하 특수부나 금융조세조사부가 맡는다. 조사부는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이 사건이 조사부에 배당되자 일반적인 선례를 따를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이 회장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업계에서는 이 회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T처럼 ‘주인 없는 회사’로 분류되는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된 지 얼마 안 돼 이뤄진 압수수색인 만큼 대대적인 ‘MB맨 물갈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권 때마다 공공기관이나 투자기업의 장에 대한 ‘물갈이’가 있었다. 그 와중에 검찰 수사가 벌어지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2008년에는 ‘친노무현계’로 분류되던 남중수 전 KT 사장이 검찰 수사로 재임 기간 중 낙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KT는 정상적인 경영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우선 스마트애드몰은 이 회장 취임 전에 계약이 체결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유종하 전 장관이 설립한 OIC랭귀지비쥬얼(현 KT OIC)과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에 투자한 배경에 대해서도 미래 성장성을 봤다고 주장한다. 사옥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KT 관계자는 “감정가 대비 실제 매각금액 비율은 95.2%며 이를 다시 임차해 지급하는 임대료도 적정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손해용·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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