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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 조정 「난항」의 내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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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원유값 인상협상이 난항하고 있다. 때문에 제품값 인상문제도 결말이 나지 않고 있다.
중동의 원유 수출가격은 ▲지난해 11윌24일 「배럴」당 평균 9「센트」가 오른데 이어 ▲금년 2월15일 중질 40·5「센트」 경질 38「센트」가 올랐으며 ▲6월1일부터는 앞서의 협정에 따라 다시 10「센트」가량이 오른다.
맨 처음 인상분 9「센트」는 90일 「유전스·베이스」로 도입한 원유대금 결제기일이 닥치기 1주일 전인 지난 2월 중순 정부가 전액을 받아들이기로 결정, 통고함으로써 말썽 없이 타결되었다. 다만 이때 정부는 원료도입 가격인상에 뒤따라야 할 제품값 인상은 선거가 끝난 뒤에 고려하기로 했다.
그 대신 5%의 원유관세를 전액 면제해주고 「유전스」기간을 1백80일까지 확대하는 동시에 원화적립(마진)율을 종전의 30%에서 10%로 인하하는 등의 간접지원조치를 베풀음으로써 월 평균 5억원의 적자를 보게됐다는 정유업자들의 불만을 일단 가라앉혔다.
그러나 두 번째 인상분 40.5「센트」와 38「센트」에 대한 정부와 공급업자(「걸프」 및 「칼텍스」·오일」)간의 가격 협상에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산유국들의 잇단 가격인상을 전액 소비국이 부담할 수 없다는 여론과 함께 이를 소비 국과 공급회사가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급가격 조정협상에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그 실례로 일본이 인상폭을 중질 28「센트」 경질 27「센트」로 타결 봤다는 보도가 나돌았다.
이러한 일부 소비국들의 움직임을 토대로 정부는 4·27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공급회사들과의 교섭을 개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산지 공시가격 인상분을 전액 전가할 뜻이 없다는 점만 암시할 뿐 구체적인 인상폭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일본과의 타결내용을 추궁하자 전기한 보도 내용보다 수준이 약간 높은 29.5「센트」와 28「센트」라고 설명, 은연중 이 인상폭을 요구했으나 이를 신빙할 만한 자료제시 요구는 거절했다.
이러한 가운데 2월 25일 이후 외상도입분의 대금 결제기일이 박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일방적으로 인상폭을 24.6「센트」와 23「센트」로 결정, 통고한 것인데 공급회사측이 이의 수락을 거부함으로써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이 인상폭이 어떤 근거 밑에 산출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지난번에 9「센트」 전액을 인상한 점, 「걸프」와「칼텍스」가 장기 독점 공급권의 특전을 누리고 있을 뿐 아니라 할인율 등 다른 계약조건에서 우리가 불리한 대우를 받고있는 점등을 고려, 이번에는 일본보다 약간 낮게 책정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아무튼 정부는 공급회사측이 계속 성의 있는 협상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원유값 인상폭은 일단 통고한 수준을 고수, 이를 토대로 제품값 인상폭을 결정할 방침이다.
29일 상오 경제기획원에서 있은 대책회의에서는 상공부로부터 그간의 교섭경위를 보고 받은 다음 교섭이 재개될 것에 대비,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내용은 비밀에 붙여지고 있으나 공급회사측이 일본과의 타결내용을 근거자료와 함께 공개할 경우 앞서의 통고가격을 조정키로 한 것 같다.
다만 조정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이를 토대로 결정될 제품값 인상선은 15%를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름값 인상폭과 상한을 15%로 예정하고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원유값이 두 차례에 걸쳐 33.6「센트」(중질유 기준) 오를 경우 그것은 지난해 11월 인상전 가격 1불59「센트」 대비 21%가 상승하는 것이고 여기에 지난번 가격조정이후 1년간의 환율 상승률 6%를 가산하면 모두 27%가 오르는 셈이다. 그러나 원유 값이 제품 값에서 점하는 비중이 60%(「메이커」측은 80%라고 주장) 정도니까 16.2%만 올리면 되는데 여기서 앞서의 관세면제 등 간접지원 효과는 공제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일단은 10 %정도 인상이 타당하다고 보고있다.
그런데 6월1일의 10「센트」 인상을 이번 제품값 조정에 반영할 경우 원유값 상승률은 총33%가 되기 때문에 앞의 계산방식에 준하여 제품값 인상선 15 %가 산출된다.
정부는 수송비와 노임 등 그 밖의 원가상승 요인은 일체 고려하지 않을 방침이며 다만 이번 기회에 15 %를 인상하느냐 또는 일단 10%만 올리고 5%는 내년도로 연기하느냐 하는 문제만을 금후교섭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인상률은 유세별로 차등을 두어 일반 물가에의 파급효과가 크고 국제가격 보다 비싼 「벙커」C유를 상대적으로 적게 올릴 계획이며 현행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 공장도 값을 인상할 때마다 소비자가격을 올리는 폐단을 시정하는 것을 금후의 연구과제로 선정해놓고 있다.
현안의 원유값 인상협상은 어떤 내용으로 건 이번 주안에 타결 될 것 같다. 정부는 29일의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측 교섭실무 책임자인 오원철 상공부광공차관보가 「빈」에서 열리는 UNIDO회의참석을 위한 30일의 출발예정을 돌연 연기했으며 「할라웨이」 「걸프」극동지사장은 급거 도일, 새로운 복안을 갖고 올 예정이다.
원유값 인상 협상이 이렇듯 난항을 겪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걸프」나 「칼텍스」등 공급업자들의 콧대가 높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유공지주 비율을 75대 25에서 50대 50으로 조정한 것을 후회하는 소리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정부가 국제석유산업의 정보에 어두운 것도 약점이다.
여하간 석유류값 인상은 이제 시기문제이다. 15%가량을 인상할 경우 물가에 미칠 영향이 도매 0.3%, 소비자물가 약1%로 보고 있으나 그 충격은 실로 클 것이다.
기름을 연료로 쓰는 공업제품·운임·전력 등에 연쇄적인 「코스트·푸쉬」현상을 유발할 것이다. 동시에 원유수입에 지출되는 외화부담은 올해에만 3천만 불 가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변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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