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25」 투·개표장 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고대선·후배의 악수>
서울 영등포갑구 공화당 입후보자 장덕진씨와 신민당 입후보자 박정훈씨가 투표날인 25일 상오 11시10분쯤 흑석2동 제4투표장 앞에서 우연히 만났다.
고대 선후배간인 두 후보는 악수를 나누며 『선배님, 투쟁이 모두 끝났습니다. 며칠 안에 막걸리나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읍니다.』고 박씨가 먼저 말하자 장씨도 쾌히 승낙, 끝까지 「페어·플레이」할 것을 다짐했다.

<후보부인의 수발>
25일 상오 8시30분 개표가 끝난 서울중구 개표장(서울사대부국강당)에서는 장충2가 제1투표함을 마지막으로 깰 때 새벽부터 개표장에 나와 남편인 정일형 후보의 「리드」를 지켜보던 이태형 여사가 개표대에 식사대를 내어놓아 밤을 새운 개표종사원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날 상오 8시40분쯤 개표가 끝나 당선이 확정되자 정후보는 『7선을 시켜 준 서울 중구 시민의 성원에 감사한다. 모든 성의를 다해 민주주의를 소생시키고 공화당의 총 통제 음모를 막겠다』는 소감을 말하며 노안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짜 참관인을 연행>
25일 밤11시10분쯤 서울 중구 개표장에 신민당 참관인으로 나왔던 최진주씨가 가짜 참관인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최씨는 을지로3가 투표구 신민당 참관인이었는데 개표 때까지 참관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나갔다가 공화당 참관인 이인실씨의 고발로 연행된 것.

<투표지에 제명운운>
서울 성동갑구 개표소에서는 26일 0시30분쯤 신당5동 제1투표함 속에서 신민당 양일동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에 『진산 제명 조건』이라는 글이 쓰인 것이 발견돼 무효가 됐다.

<포장 속 양심에 감사>
25일 밤11시20분부터 10여명의 여자운동원을 포함한 1백여명의 측근과 함께 개표장인 기린국민학교 강당에 나온 전주지구 신민당입후보자 이철승씨는 새벽녘 크게 「리드」하자 참모를 시켜 서둘러 당선인사문안을 작성케 하고 「시소」를 벌이고 있는 이웃 완주군 개표소를 찾아가 당원들을 격려하는 등 여유를 보이며 보도진에게 다른 지역구의 개표상황을 묻기도. 26일 새벽 투표인수의 절반 가까이 득표를 하자 이후보는 『오늘의 영광은 포장 속의 양심을 지키며 나를 길러준 전주시민이 차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당선소감을 발표했다. 【전주】

<리드하자 야식선심>
서울 용산구 개표장인 용산고교 강당에서 25일 밤8시35분부터 개표가 시작된 이래 줄곧 신민당 김원만 후보가 「리드」하자 신민당 참관인들은 신바람이나 선관위원 전원에게 야식을 갖다 주기도 했다.

<속셈 다른 세 후보>
경주-월성 지구 공화당후보 이상무씨와 신민당후보 심봉섭씨, 민중당후보 이석준씨 등 3명이 25일 10시쯤 경주시 개표소인 시청총무과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나 속으로는 몰라도 보기에는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공화당의 이후보가 두 후보에게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민중당의 이후보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했고 심후보는 『다섯번째 출마했기 때문에 만성이 됐으나 이번에는 승리할 것 같다』고 응수. 【경주】

<팬티밖에 없다 애원>
25일 상오7시30분쯤 광주시 방림2동 투표구 앞에서 신민당 정성태 후보의 기호표를 돌리던 서모여인(31)과 박모여인(48) 이 경찰관에 연행됐는데 『치마 속에 감춘 것까지 모조리 내놓으라』는 경찰관의 호통에 「팬티」밖에 입은 것이 없으니 제발 봐달라고 애원, 심문하던 경찰관들이 홍당무가 되어 당황하기도 했다. 【광주】

<「용변」도 제자리서>
부산서구 신민당 입후보자 김영삼씨는 25일 하오9시45분쯤 토성동에 마련된 부산 제3지역구 개표소에 나타나 신민당 참관인에게 『유권자가 몰아준 표를 지키기 위해 개표사무를 맡은 여러분들이 용변도 제자리에 보는 자세로 철저히 근무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

<「터줏대감」의 자신>
마포 터줏대감으로 소문난 신민당의 노승환 후보는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지구당 사무실에 나와 『정작 주요한 일은 지금부터』라면서 표 지키기 작전 독려에 동분서주.
노후보는 마포 유권자의 10% 이상과 서로 욕을 하며 지내는 무관한 사이라면서 『부정만 막는다면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동창과 라이벌과>
고등학교 동창생들끼리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대결한 전남 나주 개표구는 예상대로 공화당 박만영 후보와 신민당 나석호 후보가 여러번 앞서고 뒤서는 「시소·게임」을 벌여 숨가쁜 순간을 빚었다.
역전에 역전이 거듭되자 두 후보는 모두 개표장을 지키고 자리를 뜨지 않았는데, 애꿎은 담배만 태우며 조바심을 감추지 못했다.
신민당측이 비상용 건전지와 「플래쉬」 그리고 맥줏병에 초를 꽂아 전기가 나갈 경우에 대비, 표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26일 새벽 3시30분쯤 개표장 안에서 마주치게 된 두 후보는 서로 악수를 나누며 『잘 해 봅시다』를 연발하면서 서로 위로, 개표장의 긴장된 분위기를 한때 풀기도 했다. 【나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