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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반으로 만든 약·화장품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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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태반(胎盤)으로 만든 화장품, 태반을 이용한 의약품, 태반을 임상에 활용하는 클리닉…'.

한때 사회 금기로 여겼던 태반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쓰임새로 우리 주변을 파고들고 있다. 태반은 태아의 생존을 위한 영양 공급원.

어머니의 자궁벽으로부터 영양과 산소가 되는 혈액을 흡수,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한다. 태반이 형성되는 것은 0.1㎜의 수정란 때부터.

이 시기에는 융모라는 가느다란 돌기를 형성하다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커져 출산시엔 무게 5백g, 직경 15~20㎝, 두께 2~3㎝ 크기에 이른다.

태반은 태아의 외부 장기(臟器)라고 할 수 있다. 모체로부터 공급된 혈액에서 산소와 영양을 취하고, 노폐물을 내보낸다. 또 태아의 발육이나 출산에 쓰일 호르몬을 만들고, 외부 공격에 대항하는 면역기능도 대신한다.

이렇게 태아를 생존하게 하는 만능 장기인 만큼 그 약리 작용을 재활용하자는데서 태반의 활용이 시작됐다. 인체에 필요한 아미노산이 풍부한데다 약리활성을 돕는 활성 펩타이드, 비타민과 미네랄, 수백 종류의 효소, 다양한 성장인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양에서는 히포크라테스가 태반을 이용했다고 전해지고, 중국의 '본초강목'과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자하거(紫河車)라는 이름으로 처방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가장 먼저 태반의 영양소를 추출해 엑기스로 활용한 나라는 일본이다.1959년 간경변 치료제로 후생성의 인가를 받아 첫선을 보인 것.

우리나라는 마이팜제약(구 반도제약)이 98년 일본에서 정제된 태반 추출물을 수입,'이라쎈'이라는 이름의 주사제와 자양강장제를 만들어 판매 허가를 받은 것이 최초다. 지난해부턴 녹십자가 주사제 '라에넥'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효능은 간염으로 인해 손상된 간의 기능 회복과 면역력 향상. 갱년기장애와 만성 피로,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어 고급 자양강장제로 쓰인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대선 주자들이 이를 복용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장품의 경우엔 혈액공급을 도와 피부의 탄력을 유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반제제를 임상에 활용하고 있는 심스클리닉 심청웅 원장은 "태반의 약리작용은 자연치유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태반의 성분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만큼 이를 금기시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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