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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락 하는 한국 신문 소설|이대 김영덕 교수의 「윤리성 연구」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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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나라의 일간 신문들은 각기 2, 3개의 신문 소설을 싣고 있다. 신문 소설의 통속성을 놓고 일반적인 독자들의 시비가 있지만 김영덕 교수 (이화여대·국문학)는 지난 10년간에 게재된 『한국 신문 소설의 윤리성 연구』를 동 대학 한국 문화 연구원 「논 ?」 제17집에 발표, 의지 없는 위선적 인간을 그려낼 뿐이라고 주장했다. 체계적인 논구로서 관심을 모은다. 김 교수는 신문 소설의 발생에서부터 살펴 지난 60년∼69년 사이 서울에서 발행되는 3개 신문에 실린 현대 소설 31편을 자료로 삼아 분석했다.
한국에서 신문 소설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06년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가 「만세보」에 연재 된데서 비롯한다. 이 소설은 신문 소설의 효시일 뿐 아니라 한국 문학 사상 근대적 소설로서도 시초란 점에서 중요시되는 작품이다.
서구에서는 18세기에 신문 소설이 유행했지만 오늘에 와서는 대부분의 신문이 소설을 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19세기말 일본이 먼저 도입한 이래 이제는 한국·일본·중국 등에서 으례 고정된 지면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880년께에 기자가 잡보를 독자들에게 손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소설적인 기술을 하고 거기에 그림까지 넣는데서부터 신간 소설이 시작됐지만 이때 이미 서구 문학 작품의 번역과 새로운 소설이 읽히고 있었다.
즉 일본의 신문 소설은 신문의 잡보를 소설로 꾸민 통속성을 지니고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한국 근대 소설의 첫걸음으로서 문학적 의의를 갖고 시작된 점이 다르다.
『혈의 누』는 유장하고 전통적인 고대 소설이 범람하는 시대에 있어 놀라운 새 세계의 전개였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신문 소설은 출발부터 문학적 의미를 갖는 것이었고 1917년 「매일신보」에 발표된 이광수의 『무정』을 비롯한 6·25까지는 장편 문학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특히 박계주의 『순애보』, 심훈의 『상록수』 등 신문 현상 당선 장편 소설들은 문운이 침체하고 위축된 시대에 민족과 대중에게 정신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위안을 준 문학성 높은 작품들이었다.
그럼에도 근년에 와서는 그 타락성이 지탄되는 실정이다. 그것은 문학성 상실에 대한 것이 아니요, 윤리적 타락에 대한 지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현실적 표현으로서의 소설들을 윤리적 측면에서 해명해 보려고 시도했다. 역사물을 제외한 31편의 현대 소설을 그는 편의상 애정 소설·사실 소실·생활 소설·현실소설·신의 소설로 나누었는데, 사실 소설은 사실의 기록과 신변 잡기의 소설, 생활 소설은 생활이나 사실을 추구하는 소설, 현실 소설은 사회 현실을 폭로하는 소설로 해석했다.
그중 28편이 애정 소설이고 나머지 사실·현실·신의 소설이 각 1편씩이다. 애정 소설 28편중에서도 생활을 주제로 한 것이 3편, 현실 주제가 1편, 사실 주제가 1편이며 혼합된 것이 7편, 순수 애정 소설이 15편.
현대 소설 31편은 모두 애정 생활을 다루고 있지만, 그 가운데 5편만이 순수한 애정물이고 나머지는 본처 있는 자의 간음이거나 유부녀의 간음 생활이 대부분이고 육교의 「파노라마」식 소설도 적잖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그래서 결말은 천편일률적으로 「해피·앤드」는 없고 서로 헤어지거나 비극을 초래하여 작가 자신도 간음이 나쁘다는 윤리성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신문 소설에서 작자들은 현혹의 방법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상식적인 「스토리」에다 악당과 간부·간부를 등장시켜 결말에는 값싼 윤리를 내세워 가장 장식적인 비극으로 꾸며내고 있다』 따라서 작중 인물은 인생을 살아가는 굳건한 의지도 없고 악을 합리화하는 호위와 위선으로 가득찬 인간상들뿐이라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 내용에 대해 스스로 미안함을 느끼고 독자와 사회의 기성 윤리관에 아첨하는 비굴성을 보이든가, 또는 역량과 철학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그는 풀이했다.
일반적으로 소설의 3대 요소는 「플로트」·성격·환경인데, 신문 소설은 「서스펜스」를 더 넣어 4대 요소로 삼는다.
신문 소설은 기사가 가장 현실적이고 첨단적인 「뉴스」가 되듯이 그런 성격의 소재와 주제를 다루면서 그날 그날의 연결되는 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문 소설들은 그 「서스펜스」의 구성을 1일분의 연속적인 형식에서가 아니고 남녀의 정사로써 대치하고 있으며 본 줄거리가 무엇이든 주제가 무엇이든 선정적인 묘사와 호색적인 묘사로 일관함으로써 윤리성을 잃은 것이다.
그는 특히 신문 소설에서 시국성이나 사회 현실성을 묘사한 소설이 매우 희소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 같은 현상은 『사회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작가가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환상만을 가지고 소설을 구성하는데 첫째 이유가 있으며 생활 윤리와 철학이 약해 인생의 뜻은 염두에 두지 않고 손쉽게 생각하는데 그 둘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작가의 윤리성을 의심케 되는 예로서 주인공 설정이 지적되고 있다.
남자에 있어서는 대학 교수나 교사직을 가진 사람이 10명이나 되고 회사원 6명, 무뢰한 4명의 순이며 여자에 있어서는 여대생이 16명으로 제일 많고 가정부인 7명, 요정「마담」 5명, 첩 4명의 순이다.
사회적으로 「어필」하면서도 권력이 없는 층이 즐겨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간음의 영웅이 되는 것은 작가의 비겁성과 비윤리성을 나타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작가가 신문 소설을 통해 대중의 침체한 윤리를 새로운 윤리성으로 환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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