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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경주 부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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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앞으로 10여 년 뒤에는 신라 왕궁과 황룡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라진 왕궁과 황룡사 복원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규모(부지 8만2000여㎡) 면에서 신라 제1의 사찰로 꼽혔던 황룡사는 현재 터만 남아 있다. 경주 시내에는 왕궁도 찾아 볼 수 없다.

 이를 의식해 정부와 경북도·경주시가 손을 잡고 신라의 유적 정비 사업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변영섭 문화재청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최양식 경주시장은 21일 경주시청에서 ‘신라 왕경(수도) 핵심 유적 복원·정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세 기관은 경주를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8가지 핵심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궁궐과 사찰 복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국비 등 8338억원을 들인다.

 과거 정부도 황룡사와 신라 왕궁 복원 사업 등이 포함된 경주관광종합개발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대선에서 경북도 등이 건의해 박근혜정부의 공약사업으로 확정됐다. 핵심 사업은 월성(月城) 복원이다. 인왕동에 위치한 월성은 신라의 궁궐 자리다. 반달처럼 생겼다고 해 반월성으로도 불린다. 경주 시내 남천과 해자(垓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파 만든 인공 연못)로 둘러싸인 월성은 경주의 남쪽을 굽어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아래에 궁궐 등 유적이 그대로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이어졌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발굴되지 않았다. 경주시는 이를 발굴하고 궁궐 등 핵심시설을 복원할 계획이다.

 구황동의 황룡사도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황룡사지 발굴 조사를 하고 9층 목탑의 축소 모형을 제작하는 등 준비 작업을 해왔다. 경주시는 내년에 사찰 등의 설계에 들어간다. 황룡사는 553년(진흥왕 14년)에 착공해 569년 완공됐다. 주변 오랑캐를 불교의 힘으로 물리치기 위해 당시 가장 높은 9층 목탑(높이 82m 추정)을 경내에 세웠다. 그러나 1238년 몽골군의 침입 때 소실되고 그 터가 1963년 사적 제6호로 지정됐다.

 경주시 등은 이날 황룡사지 안에 황룡사연구센터도 착공했다. 이곳에선 황룡사 복원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내부에는 목탑 모형전시실과 홍보영상관 등을 갖춘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왕경 복원은 경주의 정체성 회복과 문화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경주=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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