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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후폭풍 … 둘로 갈린 미국 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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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치 매코널(左), 테드 크루즈(右)

미국 공화당이 ‘내전’ 상태에 빠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민주-공화당 간 재정협상 타결로 16일을 끌었던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끝나자 이에 대한 평가와 향후 진로를 두고 당내 강경-온건파 간 낙선운동까지 들먹이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온건파는 협상 타결을 이끈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당내 중진들이다. 셧다운과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볼모 삼아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예산을 폐지하려는 강경파의 전략이 애초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코널은 20일 CBS방송에 출연해 “정부 셧다운은 보수 정책이 아니다”며 “당내 상당수가 그런 전략이 먹히지 않을 것임을 이미 경고했었다”고 말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CNN에 출연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민개혁법과 같은 긍정적 어젠다에서 성과를 올리는 것”이라며 셧다운 주도세력을 “제정신이 아닌 자들”이라고 표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공화당에 약간의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바마케어 예산의 전면 폐지가 아닌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셧다운을 주도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강경보수 세력은 셧다운 재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셧다운 관철을 위해 21시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연설까지 감행했던 크루즈는 ABC에 출연,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며 내년 초 다시 셧다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티파티도 크루즈에게 호응했다. 자체 웹사이트인 티파티닷넷(TeaParty.net)에서 최종 협상안에 찬성한 상원 27명, 하원 87명의 공화당 의원을 ‘이름만 공화당원’이란 뜻의 ‘RINO(Republican In Name Only)’로 낙인찍고 다음 선거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티파티 후보들에게 200만 달러를 후원한 ‘상원보수기금(SCF)’은 내년 중간선거에 나서는 매코널을 떨어뜨리기 위해 당내 경쟁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자 미 재계가 선거 개입을 통해 티파티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전미소매업연맹(NRF)의 데이비드 프렌치 전무는 “공화당이 소수 행동주의자들(티파티)에게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재계가 깨달았다”며 “셧다운 충격이 크다. 이젠 돌아갈 때”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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