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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누명 국민교생 자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포천=안명% 기자】18일 하오 2시쯤 포천군 소흘면 송우리 송우 국민교 3학년1반 김명호 군 (10)이 『선생님, 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 친구들이 나쁜 놈이라 욕해 더 이상 살수 없읍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기 집 안방 선반에 목을 매 자살했다.
죽은 명호 군은 지난 14일 같은 반 친구들이 스승의 날인 15일 돈을 거두어 담임인 김희성 교사 (48)에게 선물하자는 제의를 받고 이날 저녁 어머니 배옥자 여인 (38)에게 돈을 달라고 졸랐으나 거절당하자 어머니 주머니에서 1백30원을 훔쳐 15일 조회를 마친 뒤 김 교사에게 콜라 1병과 빵 5개를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때 반장인 조현오 군 (10)이 책장 안에 넣어둔 5백원이 없어졌다고 말해 평소 가난했던 명호 군의 거동을 수상하게 느낀 김 교사가 명호 군의 어머니 배 여인을 찾아가 돈을 준 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 이때부터 명호 군은 급우들로부터 도둑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15일 저녁 명호 군의 아버지 김윤덕씨 (40)와 어머니 배 여인은 『학교에 다녀도 나쁜 짓을 하니 학교에 갈 필요 없다』면서 명호 군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고 16일부터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하자 『앞으로는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빌고 학교에 간 뒤 이날 하오 1시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아 배 여인이 명호 군을 찾아 학교에 간 사이 먼저 집에 돌아와 안방에서 자살한 것이다.
그런데 명호 군은 어머니 주머니에서 1백30원을 훔쳐 담임 교사에게 「콜라」와 빵을 선물했다고 유서에서 밝혔다.
어머니 배 여인에 의하면 4백80원 (1백원권 4장, 50원권 1장, 10원권 3장)을 속옷주머니에 넣어 걸어 두었었는데 1백원짜리 1장과 10원짜리 석장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명호 군 집안은 노동을 하는 아버지 김씨와 어머니가 맞벌이를 하여 4남매와 6식구가 하루 5백원 정도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어려운 형편이다.
한편 명호 군의 학교 성적은 자기 반에서 10등 안에 들 정도이며 성격은 명랑하고 장난이 심한 편이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담임 김희성 교사는 충격을 받아 몸져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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