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토브리그 포커스 (2) 빅딜은 이루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1차적으로 FA시장이 프로야구를 시끄럽게 하지만, 사실 팬들의 바람과 관심은, 구단들의 깜짝 트레이드에 모아진다. 어느 팀이 어느 선수에게 관심을 보일 것인가. 과거 지역연고 선수라는 개념이 강했던 초반에는 각 구단별 이해득실이 엇갈려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바뀌면서, 구단들도 선수의 이름값이나 지역 성향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팀 성적 향상을 위해 아낌없는 트레이드를 하고 있다.

올 시즌 가장 큰 움직임을 보인 팀은 기아와 롯데 그리고 SK. 이 팀들은 보강해야 할 선수들을 목록에 올려놓고 스카우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구단간의 신경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올 시즌 유난히 대어급이 보이지 않아 구단들의 전력 보강이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 트레이드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트레이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수요자이다. 수요자란 결국 전력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선수와 함께 그 선수를 통해 전력 상승을 가질 수 있는 팀이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기아가 거포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키퍼-리오스라는 두 투수가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라리 검증된 국내 거포를 영입하는 것이 기아의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익이라고 본다면 기아는 돈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아가 전력 보강을 위해 내놓아야 할 것이 결국 선수라는 측면보다 돈이라는 데 있다.

기아가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구성되었고, 무엇보다 젊다는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힘겨운 트레이드 전쟁을 벌이는 것은 불균형적인 전력이라는 것이다. 당장 정교한 타자들은 많지만, 장거리포가 없다. 여기에 왼손투수가 적은데 비해 언더핸드 투수가 많다. 따라서 올 시즌 한 방을 해결해 줄 선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차하면 올 시즌과 같은 멤버 구성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는 것이 기아의 구상이다.

롯데는 어떤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기아가 그나마 상대 팀들이 탐낼만한 선수를 가진것과 달리 롯데는 자신들이 내놓을 카드는 오로지 현금 뿐이라는 것이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미 쓸만한 카드는 소진되었고, 투수들이 그나마 카드로써 무게를 갖지만, 부상등으로 상품가치가 떨어진 약점을 안고 있다.

FA대상자중 박정태와 강상수에 대해 소극적인 것도 그들의 부상과 함께 전력보강 차원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SK는 지난 3년간 4강진출에 실패했던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단 FA를 통해 영입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 박경완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유가 있는 부분이다. 팀의 주축 투수들이 대부분 신인이라는 것과 쌍방울 시절의 투수들이라는 점이 박경완 영입을 부채질하는 원인이다.

투수력에 비해 공격력은 절실한 보강이 필요하지만, 무리한 영입을 생각할 정도로 약한 것은 아니어서 모든 신경을 박경완에게 쓰고 있는 시기이다.

삼성은 급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면 특급 2루수를 원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한 임창용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성사시킬 카드가 여의치 않아 잠잠한 상황이다. 2루수만 보강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팀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인데, 서두르기 보다 기다리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전 2루수인 박정환이 군 입대를 내년시즌 이후로 잡고 있어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른 구단들은 의외로 조용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언제나 그랬듯이 1월이나 2월에 들어서면 용병영입이 사실상 마무리 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전력 보강 방법이 사실상 끝이 난다는 점에서 시즌 직전 깜짝 트레이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윤록 명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