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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방에 핀 『카네이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충북=김경열기자]어머니 날인 8일 아침 충북 음성군 생극면 도신리 경촌부락에 있는 연화사에서 6명의 고아들이 이 절의 주지 김흥숙 스님(69·법명 대해)에게 빨간색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조용하게 어머니날을 축하했다. 김스님이 불우한 어린이들을 보살피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부터의 일. 해방되던 해 평남에 살던 김여인은 어느 날 길가에서 부모를 잃고 울부짖는 네 어린이를 발견, 돌보고 있다가 이듬해 남편과 같이 월남하게되어 이들 어린이를 떼어놓고 왔던 것인데 그해에 이 네 어린이가 38선을 넘어 남하하여 다시 김여인을 찾아왔을 때 감격한 나머지평생을 두고 불우 어린이를 돌보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자식이 없었던 김여인은 월남 후 남편이 병사한데서 충격을 받아 전재산을 들여 연화사를 지어 불도에 의탁, 비구니가 된 것인데 이때부터 고아들을 맡아 친자식처럼 기르기 시작했다.
38선을 넘어 따라왔던 박기준(당시 14) 조정애(당시 12) 정영애(7) 양주복(1)군 등은 이미 성장하여 떳떳한 사회인이 되었고 지금 있는 조남숙양(23) 등 6명의 고아는 15년째 같이 살아 친자식 이상 두터운 정으로 이어져있다.
김스님은 이들 6명의 고아들을 모두 국민학교·중학교까지 보내고있으며 학부형의로서의 책임을 다해 학교당국을 감격케 하고 있다.
8일 아침 마을청년들이 어머니날 잔치를 벌이려하자 김스님은 『이들은 고아가 아니라 부처님의 뜻으로 다른 몸을 빌어서 태어난 내자식』이라고, 잔치를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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