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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사소한 오류들로 빛바랜 ‘디지털 증거’ 기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45호 30면

10월 13일자 중앙SUNDAY가 동양그룹 사태 관련 기사를 1, 7면에 자세히 다룬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동양그룹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동양그룹 오너와 경영진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피해자들은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골고루 잘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 구제 부분에서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더라도 동양증권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며, 근본적으로 동양증권마저 회생 또는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면 승소 판결도 별 소용이 없을 수 있음을 알려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집단소송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변호사 의견만 소개했는데 다른 의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무가당 잼으로 백만장자가 된 프레이저 도허티 인터뷰는 그가 단순히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 외로운 노인들을 돌보는 따뜻한 성품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 감동을 더했다.

스페셜 리포트도 디지털 증거라는 매우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뤘다. 미국 못지않게 우리나라도 ‘디지털 강국’답게 민사소송에선 전자소송이 이미 활발하며 디지털 증거 능력과 조사 방식에 대한 실무 사례가 쌓이고 있다. 우리 법조계가 세계적으로 이 분야 법리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 기사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나 그래프·표를 곁들인 것도 좋았다.

다만 군데군데 틀린 부분이 보인 점은 아쉬웠다. 사례 6에서 “피고인이 컴퓨터를 사용한 시간 기록과 문서가 작성된 일시가 똑같은 것을 밝혀도 피고인이 내가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버리면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틀린 것이다. 다른 증거에 의해 피고인이 작성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면 증거가 될 수 있다. 사례 3에서는 ‘피고’라는 단어를 썼는데 형사사건에서는 피고가 아니라 ‘피고인’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것을 아는 독자들은 사소한 부분이지만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메인 기사에서는 미국의 경우 ‘e-디스커버리법’이 지난해부터 적용됐다고 했는데, 노명선 교수 칼럼엔 ‘2007년부터 적용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디지털 포렌식’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도 어색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은 디지털 증거의 분석뿐만 아니라 수집·분석·보고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포렌식이 법의학에서 온 말이긴 하지만 디지털 포렌식을 ‘디지털 법의학’이나 ‘컴퓨터 법의학’으로 부르는 것은 어색하고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차라리 그냥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마음 업로딩’을 다룬 이인식 칼럼은 재미있게 읽었다. 이 칼럼과 스페셜 리포트의 내용을 결합해 보면서 언젠가는 전기신호인 마음도 디지털 증거가 돼 감출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앞으로도 지면을 구성할 때 기사와 칼럼의 연계를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신현영 변호사. 2006년 이후 주로 기업 자문을 하고 있다. 컴퓨터·네트워크·통신 관련 기술 지식을 요하는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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