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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국감'된 서울시 국감 … 내년 시장선거 전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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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8일 국토교통위의 서울시 국감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감에서는 박 시장의 경전철 사업 타당성과 노량진 수몰사고 책임 문제가 쟁점이 됐다. [오종택 기자]

“기초연금을 수정한 것에 대해 일부에선 사기라고 하는데, 거기 비춰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왕사기라는 거예요.”(새누리당 김태흠 의원)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너무 지나치십니다.”(박 시장)

 “맞아요, 좀 지나치시네요.”(민주당 소속 주승용 국토교통위원장)

 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의 서울시 국감의 한 장면이다. 김태흠 의원이 서울시 부채와 관련해 박 시장이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며 맹비난하자, 민주당 소속인 주승용 위원장이 거들고 나선 거다. 으레 국감은 야당의 정부 공격과 정부·여당의 방어로 진행된다. 그러나 서울시 국감은 거꾸로였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은 박 시장을 맹렬히 몰아붙였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공격에 대한 해명 발언 기회를 주는 등 박 시장을 거들었다.

“부채 7조 감축 은근슬쩍 넘어가”

 새누리당은 경전철 사업 추진과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건, 4대 강 보(洑) 관련 용역 등을 넘나들며 공세를 취했다. 특히,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임기 내 서울시 부채를 7조원 줄인다”던 박 시장의 공약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강석호 의원은 “부채를 7조원 감축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단기성 자금인) 채무를 갚겠다는 걸로 바꿔 은근슬쩍 넘어갔다”며 “들락날락하는 현금성 자산까지 포함해 갚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그러나 “취임 직후 부채보다는 채무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민들과 협의해 정식으로 발표한 뒤 채무 감축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구룡마을 개발 감사원 감사 받겠다”

 강남구 개포동의 구룡마을 개발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개발 방식을 놓고 박 시장과 새누리당 소속인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대립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일부를 환지 방식(토지 소유주에게 돈으로 보상하지 않고 개발이 끝난 후 재개발한 땅을 소유주가 갖도록 하는 것)으로 바꿔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신 구청장은 “개발이득을 일부 토지 소유주들에게 그대로 돌려주자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환지 방식대로 할 경우 구룡마을은 옛 수서택지개발 비리 사건의 축소판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공영개발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여러분이 의혹을 제기하니 감사원의 감사를 받겠다”고 맞받아쳤다.

“협찬 너무 많이 받은 협찬시장”

 새누리당이 박 시장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막말 시비도 일었다. 이장우 의원은 “시민운동 할 때부터 기업의 협찬을 너무 많이 받은 협찬 시장”이라고 공격했다. 김태흠 의원도 “민주당에서는 (박 시장에 대해) ‘아들이 없어 친척뻘 양자로 들였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정체성이 뭐냐”고 했다. 박 시장을 지원했던 안철수 의원의 이름도 나왔다.

 ▶이노근 의원=“안철수 의원과 같은 지역에 살다 보니, 내년 시장 선거에 (안 의원이) 나오느냐고 (주민들이) 묻는다. 어떤가. 안철수 의원 쪽에서도 후보를 낼 텐데 입장이 곤란하겠다.”

 ▶박 시장=“허허허.”

 민주당은 박원순 시장 도우미로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구룡마을 개발과 관련된 지적에 대한 시장의 생각은 뭔가”(박수현 의원), “제2의 수서 사건이라는 정치적 공방 딱지를 붙이려 하는데, 억울하지 않나”(이미경 의원) 등의 질문으로 박 시장이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글=권호·강기헌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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