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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제보 잃는 주월 한국군-1개사 철수안 구체화 후의 새 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사이공=신상갑 특파원】주월 한국군 1개 전투사단의 철수 계획이 시기만 빼놓고 구체화한 이후 한국군은 작전수행에서 전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한국군의 진주로 평정도가 90%를 넘어 삶의 안정을 누려온 주민들은 자진해서 월맹정규군과 「베트콩」의 동정을 한국군에 제보해왔다. 이 정보가 거의 정확하여 우리 국군은 작전을 우리측에 유리하게 짜는데 자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양상은 달라졌다.
한국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던 정보망이 크게 위협을 받게됐다. 적의 협박이 부쩍 강화된 것이다.
한국군이 언제 떠날지 모르는 판에 『이들에게 정보를 계속 제공해 주었다가는 한국군이 떠난 다음 신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한국군의 정보망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
더러는 숫제 변신, 적과 내통, 한국군에 관한 정보를 팔아 신변의 안전을 도모하는 자까지 생겼다. 열렬한 일부 반공주의자들은 이삿짐을 꾸려 「사이공」같은 대도시로 피난을 가야겠다고 성급히 굴고 있다.
한국군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정보난 뿐 아니다. 「라오스」「캄보디아」가 격전장으로 등장한 후 월남내의 전투는 비교적 소강 상태였으나 최근은 월남 땅이 주무대로 다시 각광을 받는 덕분인지 한국군 주둔지역에 적의 저항이 완강해졌다.
준동하는 적의 규모도 대대 수준으로 강화됐다. 전에는 2, 3명의 적 「세퍼」조직이 간혹 불쑥 나타나는 정도였으나「지금은 이런 소단위의 「세퍼」조 뿐만 아니라 50명씩, 어떤 때는 1백 50명씩이나 떼를 지어 결사적으로 교란 작전을 벌인다.
적의 화력도 전에 없이 강해졌다.
각종 「로키트」포로 무장했을 뿐 아니라 지난날엔 포격해봤자 기껏 수발에 그쳤으나 요즘은 때렸다하면 수십발을 갈겨대기가 일쑤다.
사람을 질식시키는 적의 「개스」탄이 월남전 시작이래 처음으로 등장했다.
4월말 백마부대 28연대 2대대 5중대의 중대 전술기지에서 기자는 월남군 수비지역에 날아온 「개스」탄 중 불발된 것을 목격했다. 28연대의 「도깨비」20호 작전을 돕고있는 월남군 부대에「개스」탄이 떨어져 월남 군인들이 20분간 질식했는데 그 사이에 적은 목적을 달성하고 도주했다고 연대장 이성수 대령은 통분하게 말했다.
이 대령은 적의 전술이 요사이는 종전의 양식을 깨뜨리고 있어 이에 대처하려면 여간 치밀한 대책이 요구 되는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 「개스」탄의 분석은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이것이「제네바」협정에서 사용을 금하고 있는 독「개스」여부가 판가름 될 것이다.
도깨비 부대인 28연대 군인들은 그래서 작전 중 「개스 마스크」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한국 군기지에 대한 침투공작에 있어 새로운 무기인 새장까지 동원되고 있다.
백마의 한 전술기지에 밤에만 우는 새를 집어넣은 새장을 장치하려던 13세 가량의 「베트공」동조자가 잡혔다.
보초가 제때에 이를 발견, 그를 때려잡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피해가 커질 뻔했다.
이 소년은 철조망을 자르고 지뢰의 폭발장치를 죈 다음 새장을 막 갖다놓으려다 들켰는데 이는 대규모 병력의 적을 밤에 유도하려는 얕은 꾀였다.
적은 밤에 우는 새소리를 듣고, 그 쪽이 안전지대임을 확인, 기지를 기습하려했던 것이라고 백마 사단장 조간성 소장이 설명했다.
「투이호아」지역에는 한국군을 중상하는 한글로 된「비라」가 발견된 적도 있다. 이는 아마 한국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북괴 심리전 요원의 소행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국군 철수계획이 기정화 하여감에 따라 주월군의 전 주둔지역에는 맹호·백마·청룡을 가릴 것 없이 이러한 정세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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