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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의 「레퍼터리」-장혜원<피아니스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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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른 아침 이슬처럼 맑고 영롱한「모차르트」음악의 명「피아니스트」「릴리·크라우스」가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독주회를 갖게 되었다.
「릴리·크라우스」는 이미 40년 전부터 명성을 떨쳐, 그 당시 이 미모의 여류「피아니스트」의 황금기였던 SP시대의 음악애호가들은 「릴리· 크라우스」가 취입한「레코드」를 안 가진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온 세계에 이름을 떨쳤었다.
오늘날의 「릴리·크라우스」는 모든 인생의 경험과 젊음을 불사른 일생동안의 연주생활을 통하여 흘러나오는 원숙한 기량과 인간미, 그리고 생명의 불꽃을 연소시키는 듯한 정신적인 깊이를 느끼게 된다.
이번 연주하게 될 곡목을 살펴보면 「모차르트」.의 환상곡 D단조 K397, 「사르티」의 주제에 의한 8개의 변주곡 K460, 「소나타」A단조 K310, 그리고「베토벤」의 「소나타」제8번 C단조 작품 13(비창), 또한 「슈베르트」의 즉흥곡 작품 90,「쇼팽」의 환상곡 F단조 작품49 등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다양하면서도 간결하고 투명하다. 그러나 이 구김살 없는 청초한 예술 속에서 우리는 또한 수심에 찬 인생의 면모와 슬픔을 느낄 수가 있다. 위의 3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작품 중에서도 가장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주옥같은 곡목이다.
그 다음에 「베토벤」자신이 『비창적 「그랜드·소나타」라고 표제를 붙였다는 『비창「소나타」』는 격한 고뇌의 비창이라기보다는 30세 이전의 젊은「베토벤」이 품고 있던「로멘틱」한 비창인 것 같다.
어떻든 이 「소나타」는 열정적인 제 1악장과 평화롭고 천상적인 선율의 제 2악장,「베토벤」작곡이지만 어딘가「모차르트」풍의 느낌을 주는 제 3악장 「론도」로 되어있다.
「슈베르트」음악은 넘치는 노래에 담긴 서정성이 특색이라 하겠는데 작품90, 4개의 즉흥곡에서도 특히 제2번E 「풀래트」장조는 널리 알려진 곡으로서 「슈베르트」다운 선율과 자유롭고 부드러운「하모니」의 묘미를 듣게 되며 제4번A「풀래트」장조 역시 샘솟는 듯 흘러나오는 「멜러디」가 듣는 사람을 도취시킨다. 행진곡풍의 무거운 서주로 시작하는 「피아노」인 「쇼펭」이 작곡 환상곡 F단조는 「쇼펭」의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데 이 곡은 가슴속 깊이 끓어오르는 열정의 힘과 신비로운 공상의 변화로 이루어져 있다.
온 청춘을 「피아노」와 더불어 세계를 누비며 살아온 「릴리·크라우스」가 이처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가지고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온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는 말이 새심 가슴을 친다. 음악이란 음을 통해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인만큼 이번 연주를 통하여 그의 고고하고 깊은 인간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리라 믿으면서 신록의 5월에 맞는 귀한 손님의 귀한 연주회가 우리악단에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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