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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양식복장(제10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초기의 양복점>
양복이 일반에 보급될 초기의 양복점은 외국인에 의하여 경영되고 제품 되었다. 처음에 서울에는 중국인 경영의 양복점이 판을 쳤다. 정동에 있는「복장」 양복점은 주로 고급관리를 장대로 옷을 지었고, 조선「호텔」좌우편에도 고순흥양복점을 비롯해 몇 군데 있었는데 그 값이 보통30원인데 비해60∼80원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쌀 한 가마에 6원∼7원할 시절이니 대단한 값이다.
그리고 일본사람 경영의 양복점이 진고개와 광화문 등지에 있었는데 특히 지금의 광화문우체국 왼편에 있던「쓰느다」(각전) 양복점이, 일본인 관리들을 독점 할만큼 꽤 치던 곳이다. 이 양복점은 기미만세때 한국인들의 손에 의해 파괴되 자취를 감춰 버렸다.
우리 나라 사람에 의해 양복점이 경영되기는 1920년대에 들어서 부터다.
종로2가에 「영미식양복점」이 ,견지동에 「자생양복점」이 , 안국동에 「이혈신양복전」 등이 그것이다. 이들 양복점은 평상복을 만들어 구미식의 요성 신사를 배출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한 셈이다.
사실 일본만 하더라도 평상복의 보급은 그다지 많지 않을 때이다. 황실을 중심으로 한 귀족과 상류층에서는 궁경 의식에 마른 예복에만 치중했던 까닭에 일반적인「모던」화의 경향은 촌티를 못 벗고 있었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도 양복하면 우선 구미식이요, 그 본고장 것이라야 멋장이 1급으로 알아줄 밖에 없다.
당시의 양븍점 광고 「캐치·프례이즈」를 보자.
▲양복의 성가는 제도와 재봉에 있습니다. 고상우미한 최신 서양복을 착하고자 하시는 이는 세계에 웅비하는 미국식을 활용하는 ○○으로 왕림하시오.
▲선미한 양복은 반드시 품위를 고상케 하는 ○○으로.
▲보시오! 때는 가변의 화신풍이 붑니다. 물은 만화가 방창하야 생기가 발발합니다. 인,은 축 쳐졌던 어깨가 솟고 다리가 거뜬거뜬 하야 운전·활동·약동을 할 때 올시다. 입으시오! 영미식의 정치미려한 최신 양복을! 입으시오!
양복점 이름을 「영미식」이라고 붙일만하니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종로통에서 신사복·학생복·관리의 제복 등을 두루 제품하여 고객이 많던 그 영미식 양복점이 은 이관우씨가 경영했고 재단사 박한경씨가 주임으로 있었다. 박씨 .밑에서 일을 배운 사람은 오늘 날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광신」은 정속식씨「자생」은 노문표씨가 각각 경영하고 있었다.
양복에 소용되는 양품도 구색을 맞춰 갖추려면 수월찮은 일이다. 20세기 초에는 외국상선이 인천에 입항하여 빙곤함으로써 수요자를 불렀고, 그 다음에는 대리점이 설치되어 고객에게 접근했다. 그러다가 차차 서울과 지방에 양품상이 적잖게 생겨 양복부속품을 비롯하여 내의·양말·양산·석장·바늘· 면사·견사·호물사·화장품·학용품·문방제패·식려항혈· 모자·여자 장식품 회 금은물·패물·안경·축음기·「하모니카」등 온갖 서양잡화를 취급했다.
1927,8년께의 일이다. 지금 을지로입구의 치안국 맞은펀에 고급 양품을 파는 일본인 장점이 있었다. 한번은 찾아가서 순쳔직의「와이샤쓰」를 달라마하니까 점원이 아래위를 훑어보면서 한마디로 『비싸다』 는 것이었다. 나는 그 점원의 소행이 아니꼽고 아마 열등감에서 그랬는지 모르지만『비싼걸 누군몰라요?』하고 쏘아붙였다.
보통「와이샤쓰」하면 면직을 풀먹여 입는 것이 상식인데 견직은 「칼라」가 이프든 하고,「스포티」한 고급품이다. 「포풀리」면 1원20전인데, 비하여 자그마치 16원이라 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속으론 억울하지만「사이즈」도 맞으므로 값을 치르고 말았다. 뒤에 이서구씨가 알고 나만 보면 『16원 짜릴 입었다』고 놀려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미친놈의 수작이다.
그때 혁대는 속에 고무를 넣어 탄력 있는 가죽띠였는데 10몇 원인가 했고, 양말도 5원이나 하는 상해제 모직이 으뜸이었다. 뿌듯하게 들어가는 것이 신으면 퍽 상쾌한 양말이다.
양품말이 났으니 그냥 지나칠수 없는 사람은 전대통령 윤보선씨의 부친 윤치소씨이다.
그의 복강으로 말하면 호주머니 세간까지 철저하게 사치·한 덧장이로 알려져 있고 주택에 대해서도 굉장한 사치를 할만큼 돈과 안목이 있었다.
현재의 안국동 집은 바로 윤치소씨가 한·양식을 겸해 꾸민 집이요 마당에 학까지 길러 소문난 명가이다.
주머니 세간이라면 은이나 오금으로 세공한 담배갑·「시거·케이스」·명함「케이스」와「파이프」·성냥·손수건·시계 동속이 고작이지만 사치하려면 으례 외제로 고급품이게 마련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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