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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상징 101층 리조트 빌딩 세계 1위 중국 건설사가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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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산 해운대 해변에 짓는 101층짜리 초고층 관광리조트(엘시티) 시공사로 중국 건설사가 결정됐다.

 해운대 관광리조트 시행사업자인 ㈜엘시티PFV는 17일 부산 해운대 중동 ‘엘시티 견본주택’에서 중국 건설사인 CSCEC(China State Construction Engineering Corp.)와 시공계약을 했다. CSCEC는 자산 규모 119조원의 글로벌 건설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이 906억 달러(약 96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건설회사다.

 엘시티는 해운대 해수욕장 해변 6만5934㎡의 터에 2조7000억원을 들여 101층 1채, 85층 2채를 짓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초대형 건축공사를 해외업체가 맡은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는 아파트(882가구), 관광호텔과 레지던스호텔(거주형), 스파, 워터파크 등이 들어선다. 이르면 다음달 착공해 2018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땅은 당초 군부대 용지였다. 1996년 군부대가 철수한 뒤 부산시가 사들여 관광개발을 위해 민간에 매각했다. 엘시티는 2007년 이곳을 사들여 관광리조트 건설 계획을 세웠다.

 이날 계약에 따르면 CSCEC는 건설비 2조7000억원을 모두 부담해 건물을 완공하기로 했다. CSCEC 왕사오펑(王少峰) 부총재는 “부산 해운대는 국제관광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고 중국인을 대상으로 분양할 자신이 있어 시공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고층 건물 시공 경험이 많아 완공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CSCEC는 118층짜리 홍콩 인터내셔널 커머스센터를 2010년 준공하는 등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다수 지었다.

 엘시티 측은 당초 국내 대형 건설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상해 왔다. 하지만 사업 지분 등을 둘러싼 갈등만 반복하다 올해 초 없었던 일로 했다. 이후 중국 등 해외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올해 초 중국 내 분양을 대행할 상하이 투자기업 유치에 성공한 뒤 CSCEC 측과 접촉해 왔다. 엘시티 사업이 지난 5월 법무부로부터 부동산투자이민제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도움이 됐다. 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국내에 돈을 투자하는 대가로 거주와 영주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엘시티 이광용 전문위원은 “CSCEC 측이 해운대 현장을 둘러본 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진척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분양은 시행사인 엘시티가 상하이 투자기업과 함께 책임진다. 분양대금은 엘시티와 CSCEC가 배분한다. 공동주택은 내국인에게, 레지던스 호텔은 중국의 부자들에게 집중 분양한다는 전략이다. 엘시티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근처 동부산 관광단지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한건설협회 박상규 부회장은 “초고층 건축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갖고 있는데도 안방을 내줘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 사업은 투자금을 대고 시공권을 가져가는 식이여서(초고층 건축에 대한) 영업·기술력은 중요치 않았다”며 “국내 시장을 한번 해외건설업체에 내줬다고 해서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수주에서 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민간사업자에게 부동산 개발이익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라며 “개발로 인한 백사장 유실과 교통혼잡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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