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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는 '공룡 전시관'?

중앙일보

입력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를 '공룡 왕조'에 빗대며 팀의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기사가 애리조나 홈페이지에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최근의 기사에서 김병현을 선발로 전환하자며 소신있는 논지를 펼쳤던 리치 드래이퍼.

드래이퍼 기자는 17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Dㅡ백스는 젊어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몇년 간의 다이아몬드 백스를 'La Brea tar pits(고생물 박물관)'에서 부활한 선수들로 구성된 '공룡 왕조'로, 애리조나 스카우트를 화석을 채집하는 '인류학자'로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팀 창단 5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기존의 애리조나가 너무 노령화된 선수들만 영입하는데만 치중하여 나이어린 유망주들의 장기적인 육성에는 소홀했다는 점을 은근히 비꼬는 것.

그는 토드 스토틀마이어(38), 아만도 레이노소(36), 마이크 모건(42), 제이 벨(36) 등 베테랑의 대거 방출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시카고 컵스로 이적한 주전 포수, 데미안 밀러를 대신해 채드 모엘러(28),로드 바라야스(28)의 중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투수진의 운용에 대해서도 다소 독특한 주장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03시즌 제 4선발로 유력한 미겔 바티스타를 불펜진으로 돌리고 김병현(24)을 선발로 기용하자는 내용이다. 즉, 선발 로테이션을 보다 젊은 피로 수혈하자는 것.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완 정통파 유망주, 존 패터슨(24)과 마이너리그 '탑 프로스펙트(Prospect)'인 마이크 고슬링, 스티브 랜돌프같은 차세대 유망주들을 집중 육성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드래이퍼의 주장에는 애리조나가 전력의 단기적 극대화에만 염두에 둔 팀운영을 비판하는 동시에,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젊은 선수를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켜 애리조나를 메이저리그의 신흥 강호로서의 입지를 굳히게하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 세대교체의 핵심이 될 선수로 투수진에서는 'BK' 김병현을 지목한 것.
결국 드래이퍼는 '젊은 피 수혈'을 이유로 김병현의 '트레이드 불가'를 소신있게 주장하기에 이르렀고 김병현의 존재 가치를 감정적인 차원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에 입각하여 평가하게 된 것이다. '외톨이' 김병현의 피닉스 생활에 드래이퍼는 글로써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청하고 있는 셈.
드래이퍼의 주장은 김병현의 거취에 한하여, 조 가라지올라 단장의 의견과는 일치되는 부분이 많은 반면, 밥 브렌리 감독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부분이 없지않다. 어쩌면 드래이퍼가 최근에 밝힌 일련의 주장들은 브렌리 감독의 입장에서는 신경을 돋우는 간섭쯤으로 오해될 소지도 있다.

윈터미팅 이전에 게재한 기사에서 '김병현 트레이드 불가'와 '선발로의 전환'을 소신있게 피력했던 드래이퍼의 주장이 애리조나 구단 관계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윈터미팅에서 그의 주장대로 김병현의 트레이드는 불발로 끝났다.

이제 드래이퍼의 획기적인 주장인, 김병현과 바티스타의 '선발 임무교대 카드'는 '공룡전시관' 애리조나를 '블루칩 양산기지'로 변모시키자는 대승적 차원과 맞물려, 애리조나 구단 수뇌부의 마음을 또 한번 흔들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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