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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가름 목전에 둔 두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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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2면

<유세 총 6백여 회 청중은 연 5백만>
3월27일부터 시작된 여야의 유세는 오는 26일로 끝맺어 꼭 한달 간. 공화·신민 양당의 후보 및 중진반 유세는 그 동안 대도시로부터 읍·면에 이르기까지 약 6백 회를 기록했고 유세에 귀를 기울인 청중은 줄잡아 연 5백만 명.
공화당은 지난 10일부터 시작한 박정희 후보의 도청 소재지 유세(제주 제외) 9회를 비롯하여 김종필 부총재가 72회, 백남억 당의장 45회, 이효상 국회의장 33회, 정일권 고문 32회, 장경순 국회 부의장반 등 기타 중진반 1백5회 등 총2백96회의 유세를 벌였다.
신민당은 김대중 후보의 1백10회와 유진산 당수·김영삼 이철승씨 등의 중진 유세 1백55회를 합해 2백65회의 유세를 가졌다.

<박 후보, 해변 산책 노점 들러 막걸리>
후보 신분 때문에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23일 부산에 도착한 박정희 후보는 도착 즉시 숙소인 극동 「호텔」에서 부산시 공화당 선거대책위 고문·지도위원과 유지 등 4백여 명을 위해 「리셉션」을 베풀었다.
박 후보는 "내가 야당 후보보다 못한 점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장소나 대상 인물에 따라 실현성 없는 사탕발림 공약을 남발하는 재주를 못 가진 것" 이라고 「조크」. 「리셉션」에서 난민촌 대표는 난민촌의 생활대책을, 상업을 한다는 어떤 이는 경기와 상도의 문제에까지 건의하기도 했다.
박 후보 내외는 이날 밤 8시30분부터 약50분 동안 「호텔」부근의 해변 노점 앞을 산책했는데 서로 자기 집으로 끌려는 장사꾼들로 한때 큰 혼잡을 이루었다.
박 후보 내외는 "우리 집에서 막걸리 한잔을 대접하고 싶다" 는 아주머니들의 권유에 따라 「청화장」에 들러 전복과 막걸리 대접을 받았는데 이들은 "당선은 틀림없으니 염려 마이소" "내일은 문을 닫고 유세 장에 나가겠다" 고.
이곳에서 막걸리를 마시도록 「컵」을 내놓자 박 후보는 "막걸리는 역시 사발로 마셔야 맛이 난다" 면서 사발을 청했다.

<가뭄 걱정 첫마디 바빠서 곳곳 못 가>
광주에 이어 23일 전주에서 유세한 박정희 공화당 후보는 연설 첫 마디에 가뭄 걱정을 했다.
"날씨가 활짝 개어 유세하기에는 안성마춤이지만 비가 안 와서 농사를 망칠까 걱정이다" -.
박 후보는 지난 68, 69년의 한해를 상기시키면서 "올해에는 미리미리 대비책을 세우자" 고도 했다.
다른데서 보다 짧게 30분간 연설한 박 후보는 "야당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대도시 유세만 한다고 비난하지만, 콧대가 높아서가 아니라 현직 대통령의 일이 바빠서 지방 유세를 못하는 것이니 고을 사람들에게 전해달라" 고 하여 청중을 웃겼다. 이날 마지막 연사인 이도선씨의 "박 대통령 앞세우고 전진하여 남북통일 이룩하자" 는 말에 감격한 한 청중이 벌떡 일어나 "3·8 따라지 눈물난다"고 고함치자 박 후보는 청중을 향해 힘찬 박수를 보내기도.

<데모 대신 퍼레이드 도경과 사전협정도
광주에서의 신민당 유세는 대규모 「카·퍼레이드」에 이어 유세 장에서는 5색 풍선이 날려 어느 곳보다도 화려했다.
그는 목포에서 광주에 도착하자 곧장 광주서 중에 들러 광주 학생 기념탑에 헌화하고 다시 광주 공원에 가서 「4·19」 기념탑을 참배한 뒤 여러 대의 「사이클」이 선두 하는 수십 대의 「카·퍼레이드」로 시내를 누벼 기세를 올렸다.
이틀 전 공화당 박정희 후보의 유세 장이었던 공설 운동장에 김 후보가 들어서자 준비된 3천 개의 5색 풍선을 일제히 날려 열띤 환영.
신민당과 도경은 사전에 신사협정을 맺어 「카·퍼레이드」를 하는 대신 가두 질서를 지키고 「데모」를 안 한다는 각서를 교환했다고.

<목포선 축제 무드 식당에도 따라와>
23일 고향으로 온 김 후보에 대한 목포의 환영은 극성스러웠다. 하오 3시쯤부터 목포 시민은 물론 무안·해남·영암·신안과 완도·진도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 강연장인 목포여고를 축제「무드」로 술렁이게 했다.
김 후보가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동안 당원들은 연도에서 「피키트」를 들고 환영했다.
하오 7시쯤 연단에 오른 김 후보는 "그 동안의 유세 과정을 보고하러 왔다" 면서 "경상도까지도 나에 대한 높은 지지를 확인했다" 고 했고, 지원 연설에 나선 이태형 여사는 "4·27은 목포의 눈물이 아니라 목포의 웃음으로 하자" 고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후보 일행은 청중이 나가는 것을 기다리느라 30분 가량 지체됐는데 김 후보가 저녁 식사를 하는 식당 주변에도 사람들이 몰려 웅성거렸다.

<국민당의 박 후보 "국민의 지지 확신">
국민당의 유세는 엉거주춤해졌다.
국민당 운영회의가 박기출 후보의 사퇴를 권고키로 결의해서 함덕용·이홍주 양씨는 박 후보가 유세 중인 강원도의 북평으로 찾아가 그 뜻을 전했으나 이를 일단 거부하고 23일에는 "국민이 열렬히 지지하고 있음을 확신하는 본인은 이번 선거에서 후퇴함이 없이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한다" 는 성명을 냈다.
한편 국민당의 한 간부는 윤보선 총재가 목포에서 유세 중인 김대중 신민당 후보에게 격려 전화를 걸었다는 소문을 부인하면서 "당내 일부에서 격려 「메시지」를 보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고위층에 의해 묵살됐다"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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