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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따로 집회… 갈라진 3·1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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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1절인 지난 1일 1백여개 보수단체가 주최한 도심 집회에 보수세력의 시위로는 197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인 10만여명(경찰 추산)이 참가, 최근 보수 세력이 집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진보 진영도 이날 서울에서 별도의 시위를 개최, 보수.진보 세력의 대립 양상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부에서 우려했던 두 진영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재향군인회.이북도민회총연합회 .헌정회.납북인사가족협의회 등 1백14개 단체는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열고 주한미군 철수 반대와 북한 핵개발 저지 등을 주장했다.

행사는 강영훈.정원식.이영덕 전 총리와 박홍 전 서강대 총장.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총재 등 보수 우익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가 주도했다.

한나라당 최병렬.김용갑 의원 등 '주한미군 철수 반대 국회의원 모임'소속 의원 10여명과, 탈북자 지원 운동을 이끌고 있는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 등 외국인도 다수 참석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개발로 지난 50년간 지켜온 조국과 자유는 벼랑에 몰려 있다"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지키고 자유 민주주의와 국가 번영을 위해 정부는 미국과 손잡으라"고 촉구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선 애국가 제창에 이어 미국 국가가 연주됐으며 '아, 대한민국' '전우야 잘자라' '조국 찬가' 등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날 행사에선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기를 연단 앞에서 행사장 뒤편까지 참가자들의 머리 위로 넘겨 옮기는 퍼포먼스가 연출됐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손에 든 참석자들은 "우리는 미국을 사랑합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금식기도회'를 열고 "미국이 떠나면 경제가 어렵고 나라가 불안해진다"며 미군 철수 반대를 주장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사학)는 "보수진영의 대규모 집회는 70년대 초 반공단체들의 궐기대회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본다"며 "노무현 정부의 출범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보수 인사들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여중생 범대위.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등 진보진영 2백50여개 단체는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탑골공원에서 '3.1절 기념식'을 연 뒤 광화문까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촛불대행진을 가졌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문정현 신부 등 재야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이라크 전쟁 반대, 반전평화 구축 등의 구호와 함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반성하라"고 외치며 광화문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대형 성조기를 반으로 가르는 퍼포먼스를 마친 뒤 해산했다.

이철재.민동기 기자

<바로잡습니다>

◇3월 3일자 6면 '보수.진보 따로 집회'기사의 사진설명 중 시청앞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수를 7만여명에서 10만여명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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