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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산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그것은 「이상한 산술」 이다. 한 군중을 놓고 저마다 판이한 산술들을 하고 있다. X당의 서울연설 인파는 무려 70만 명의「갭」을 보여주고 있다. 주최 적은 백만 명을 어림잡고 있다. 그러나 어느 신문의 경우는 30만 명으로 발표했었다. 터무니없는 주장도 흥미가 없지만, 마치 시계를 분해하듯 정밀한 체하는 태도도 탐탁치 않다.
70만 단위의「갭」은 누구에게나 의구심을 던져주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선 어떤 교수가『「제이컵즈」군중공식』(Jacobs」 Crowd Formula)이라는 것을 발표해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제이콥스」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수로 그 공식을 발명한 본인의 이름이다.
그는 66년 12월「버클리」대학 학생 「데모」사태 때 경찰이 발표한「데모」군중의 수를 몹시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헬리콥터」로 그「데모」의 전경을 촬영한 사진을 수입해서 그는 하나 하나 세어 보았다. 의외로 3배의 차이가 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이컵즈」교수는 이것을 계기로 인간이 밀집할 때 차지하는 넓이의 평균치를 내기 시작했다. 그가 수많은 군중대회에서 집계한 평균치를 보면 촘촘한 경우 1인당 점유면적은 4평방「피트」로 나타났다. 우리의 평수로 따지면 평당 9명쯤 된다. 그러나 듬성듬성한 경우는 평당 5명으로 나타났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여성들만의 군중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혼성의 경우는「타이트」(촘촘한)한 군중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이미 심리학에서도 규명된 적이 있었다. 가령 남녀가 함께 타는「버스」와 동성끼리만 타는「버스」엔 그 밀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동성끼리는 「버스」는 아무리 많이 타도 혼성의 경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역시 군중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서울 장충공원은 공식적으로 약 5만 8천 평의 넓이로 계산되고 있다. 혼성군중이기 때문에 「타이트」한 쪽으로 치면 평당 9명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적어도 이「제이컵즈」공식에 따르면 52만 명의 군중을 집계할 수 있다. 또 듬성듬성한 경우는 5명으로 치면 29만 명이 들어설 수 없었던 공지와 오고간 유동적 군중과 평지인 광장에 촘촘히 들어섰던 군중의 밀도가 얼마였는지에 대한 해명만 가능하다면 비교적 정확한 집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 군중의 수에만 있지는 않다. 그 열도에 따라서는 의외로 「보이지 않는 군중」도 가세할 수 있다. 그러나「메스컴」시대에 우리는 민주주의는 이처럼 원시감정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오히려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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