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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우조선 갈취극, 산업은행은 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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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우조선해양 납품비리는 ‘갑(甲)의 횡포’가 범죄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공적자금으로 되살아난 회사가 치졸하기 짝이 없는 갈취극의 무대가 됐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이러한 비리가 왜 불거지는지 그 뿌리를 살펴야 할 때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그제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임직원 14명과 납품업체 임직원 16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속 또는 불구속기소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받은 액수는 총 35억원에 달한다. 부품 구매부서 차장은 협력업체 11곳으로부터 총 11억95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또 다른 간부는 협력업체에 “아들이 수능 보는데 순금 행운의 열쇠를 사 달라” “아내가 김연아 목걸이를 갖고 싶어한다”고 말해 열쇠와 목걸이를 챙겼다고 한다. 협력업체의 팔을 비틀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리가 임원부터 대리까지 직위를 막론하고 만연해 있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차원의 비리들일 뿐”이라는 회사 측 해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 건 그래서다.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길래 이렇듯 속이 썩어 있다는 것인가. 대우조선해양은 외환위기 후 국민혈세인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을 쏟아 부어 회생시킨 회사다. 현재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56.7%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기업에 가깝다. 주인 없는 틈을 타 임직원들이 난장(亂場)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감사나 관리·감독 시스템은 멈춰 있었다. 대주주(지분 31.46%)인 산업은행, 나아가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검찰은 비리에 핵심 고위간부가 연루돼 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원전 비리를 방불케 하는 이번 사건은 그 뒤에 더 큰 부패 고리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끝까지 파헤쳐 환부를 도려내지 않는 한 비리는 재발할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 기업 전반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혈세 위에서 횡포를 부리는 자들을 솎아내지 않는다면 국민이 불쌍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