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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대학·정부당국간의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수일간 계속된 학생 「데모」로 말미암아 대학가는 소란해졌고 서울대학교의 몇몇 단과 대학은 학원의 정상적인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휴강 조처를 취했다. 비단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에 있는 여러 대학이 「데모」사태로 말미암아 정상적인 학원 분위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어있는데 「데모」를 벌이는 학생측도, 이를 막으려는 학교 및 정부당국도 정치적인 타결을 진지하게 모색치 않고 있으므로 사태는 더욱 악화될 우려가 없지 않다.
최근 수년 내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 민족의 자라나는 세대를 대표하는 대학생과 대학을 관리하고 있는 기성세대 사이에 호흡이 잘 맞지 않아, 욕구 불만을 「데모」로 항의하려는 대학생들과 그것을 엄중 단속하려는 정부당국 사이에는 걸핏하면 격돌이 벌어지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 버렸다. 「데모」를 벌이는 학생들과 이를 막으려는 정부측 사이에 격돌이 벌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나 분명히 민족적 비극인데 우리는 투석과 최루탄이 맞서는 가운데 국가적 「에너지」가 자꾸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소모되는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더군다나 최근의 「데모」 사태는 총 선을 목전에 둔 정치적인 격동기와 겹쳐 있으므로 우리는 「데모」 공방이 정치과정이나 국가의 장래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대학생 「데모」에 있어 그 주요「이슈」는 『군사교련강화반대』 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의 성격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데모」를 단속하는 정부당국은 물론, 이를 방관하고 있는 일반 시민도 근본적으로 큰 오해를 하고 있는 점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데모」를 벌이는 대학생들이 군사 교련을 덮어놓고 반대하고있는 것이 아니라, 종전에 받아오던 군사 교련은 기정 사실로 인정하되 다만 최근에 강요된 강화 방침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데모」 학생들이 근본적으로 군사 교련을 반대하고 나선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군사교련강화」를 반대하는 대학생들과 기정 방침대로 군사교련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측 사이에는 군사 교련을 실시하고 이를 받겠다는 기본적인 입장에 있어서는 빙탄부상용의 의견차이란 존재치 않은 것으로 보이며, 다만 대학에서 실시하는 군사 교련의 양의 문제를 가지고서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양자 사이에는 설득·토론에 의한 타결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당국은 우격다짐으로 그들의 일방적인 방침을 젊은 세대에 강요하려는 데서 비극은 싹튼 것이라 볼 수 있다.
공화당의 김 부총재는 16일의 기자회견을 통해 『학도 군사훈련의 시정 점을 문교차관과 서울 시내 8개 대학교의 총장들이 들어있는 협의 기구를, 통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데모」를 벌이고 있는 학생들에게 민주 선거를 치르기 위해 학원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면서 『잘못된 점은 선거를 치른 뒤에 과감히 시정하겠다』고 언명했다. 김 부총재의 이와 같은 언명이 정부 정당의 다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에게 진정 잘못된 점을 선거를 치른 뒤에 시정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학원 정상화로 민주 선거의 분위기를 조성키 위해서도 하루 빨리 정부-학원사이에 대화가 있어 정치적 타결 점을 발견토록 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더욱 바람직한 조처가 아니겠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도 결국은 인간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그 입안·실천면에서 시행착오를 면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여론의 반대에 부딪치면 잘못된 점을 신속히 뜯어고치겠다는 자세야말로 민주적인 정부의 바람직한 태도라 할 것이다.
정부가 어떤 시책을 밀고 나가다가 잘못된 점을 발견하면 즉석에서라도 이를 과감히 시정해 나간다는 것은 결코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요, 사실은 그 반대로 그 정부의 민주적 아량을 입증하는 것임을 여기 새삼스러이 지적하고 싶다.
오늘의 대학생 「데모」사태와 관련하여 또 한가지 우리가 주의를 환기하고 싶은 것은 정부의「데모」단속은 어디까지나 법질서의 유지, 수호를 위한 최저한의 실력 행사로 끝나야하고 「데모」를 벌이는 학생의 인권과, 학원의 자유 등은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새를 잡는데 대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경찰 비례의 원칙으로 근대국가 법치주의의 대기간을 이룬다. 우리는 정부당국이 이 원칙을 준수, 행여나 권력의 남용으로 불 측의 불상사를 자아내지 않도록 각별 조심해 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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