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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래의 연기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내가 중국대륙을 떠난 지 23년이 지났는데도 주은래는 대뜸 나룰 알아보고…「로드릭」 씨 당신이 결국 문을 열었구려 하면서 그는 나를 반겨주었다….』
미 탁구팀과 함께 중공에 간 AP통신 「존·로드릭」기자가 타전해온 첫 대담기사의 한 구절이다. 주은래는 지금 미국 탁구팀과 기자들이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미소를 뿌리면서 빼 주의 향연을 베풀어주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정부와 중국인은 미 제국주의의 악마적인 성격을 충분히 인식하고 완전한 항 미 태세를 갖추고 있다….』 불과 한달 전인 3월5일, 바로 그 주은래는「하노이」에서 이런 연설을 하고있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발벗고 미국 인민과의 우호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원래가 주은래는 아마추어 연극의 명배우였다. 『분명히 주은래는 영화배우를 닮고 있다. 큰 키에 갸름한 얼굴을 한 그의 피부는 희고, 수족은 쭉 뻗어 있다. … 연단에서 연설할 때나, 무도장에서 춤출 때나, 또는 연회에서 외국손님을 접대할 때나, 그로부터 서는 외국식 무대의 표현이 곧잘 나타난다. 그는 분명 동양의 귀공자답다.』
저명한 어는 반공작가의 글에서도 그의「프로필」은 이렇게 묘사되고 있다.
「하마슐드」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도『주 수상 앞에서는 내가 야만인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가하면, 「에드거·스노」는 『주은래 처럼 서구의 군인·외교관들을 얼렁뚱땅 설득할 수 있는 공산주의자는 또 없다』고 말하고있다.
주은래는 그만큼 연극에 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스노」는 주의 이러한 소질이 그가 일찌기 천 진의 남개 대학시절 학생 극에 참여했던 덕분이라고 보고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연극활동을 한 기간은 매우 짧다. 얼굴이 수려했던 그는 어쩌다 여장 남우로 뽑혔을 뿐이고, 「5·4운동」의 도가니 속에서 그에게 연극을 할 여유는 별로 없었던 것이다.
이보다도 중국남방의 피를 받고 북방에서 자란 그가 남방적 유연성과 북방적 독기를 아울러 갖게된 때문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할 것도 같다.
그렇지만 실상은 뒤에선 별별 권모술사를 다 쓰면서도 겉으로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국정치가의 전통적인 「이미지」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은래처럼, 이런「이미지」에 들어맞는 인물도 드물다.
이번에 스스로 유연 외교라는 이름아래 미 탁구팀을 초대한 것도 사실은 미국 내에 친 중공적「무드」를 심어놓으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은 물론이기만 그럼으로써 유엔에서의 중공 지지세력을 강화시키려는 속셈이 들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로드릭」기자의 보도처럼『우리 미국인 일행 모두의 마음에 오가는 의문은 과연 이런「무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이것은 주은래의 연기력만으로도 안 되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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