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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연장전 같은 국감 … 선거 때 이슈 싸고 아직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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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정감사의 시계가 열 달 전 대선 때로 돌아가고 있다. 박근혜정부 첫 국감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게 곳곳에서 지난해 대선 이슈로 충돌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논란, 여기에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란 ‘과거 어젠다’로 고성이 오갔다. 국감이라기보단 대선 연장전에 가까웠다.

 1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장.

 ▶민주당 김현 의원=“그렇게 비겁하게 자리에 연연하고 싶습니까. 똑바로 답변하세요.”

 ▶이성한 경찰청장=“(얼굴을 붉히며) 아니 어떻게 자리에 연연한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지난해 대선 당시 서울경찰청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를 선거 사흘 전인 12월 16일 발표한 것을 놓고 벌어진 공방이다. 이미 지난 8월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까지 마친 사안이지만 다시 이 문제가 이날의 주요 쟁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선서를 거부해 국감이 한때 파행했다. 지난 국정조사 때도 재판 중이란 이유로 증인선서를 거부했던 그는 이날도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선서와 증언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선서는 하나의 절차적 과정인데 안 하겠다는 건 국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으나 김 전 청장이 입장을 굽히지 않자 한때 회의가 중단됐다.

 통일부 국감장에선 NLL 대화록으로 인한 여야 대치가 반복됐다. 선제공격은 민주당이 먼저 했다. 정청래 의원은 “작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NLL 포기 발언이 허위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대화록) 음원파일까지 공개하자는데 통일부는 바람직하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류길재 장관이 “제가 답변드릴 성질은 아니다”고 넘겼지만 오후엔 다시 새누리당이 나섰다. 지난해 대선 때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정문헌 의원은 NLL대화록을 꺼내 들고 “대화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분명히 있다”며 “쌍방이 서해북방 군사한계선을 포기하는 것에 노 전 대통령이 화답했다”고 주장했다. 대화록 해석을 놓고 벌여온 답이 없는 공방을 국정감사장까지 끌고 온 것이다.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장에선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을 최종 결정한 배경을 놓고 여야가 맞붙었다. 민주당 복지위원들은 전날부터 이번 결정이 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임을 부각하려 했다. 특히 양승조 의원은 14일 국감 때 “18대 대선에서 60대 이상 투표율이 급증한 것도 이 공약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 중 한 개를 파기하려 이런 논의기구를 만들었겠느냐”(김명연 의원)고 방어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정감사 시작 전 모두 정책·생활밀착형 감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전날 정쟁 중단 공동선언을 제안했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15일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초반 국감은 정반대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정’에 관한 감사다. 그러나 여야는 피감기관인 정부를 상대론 제대로 된 정책비판을 내놓지 못한 채 자신들끼리 사실(fact)에 입각한 것이 아닌, 주의·주장에 의한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희대 윤성이(정치학) 교수는 “모든 이슈를 진영 논리에 따라 정치 쟁점으로 만드는 정치적 구조가 문제”라며 “정당들의 정책 인프라가 없어 행정부를 감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모든 권력이 대통령한테 집중되는 현상 탓에 국회가 대통령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전투장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권호·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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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NLL, 기초연금 …
팩트 아닌 일방적 주장 되풀이
"진영논리에 함몰 … 전문성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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