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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2일은 덴마크의 동화가 「한스·안데르센」의 탄생일이었다. 그의 동화 중엔 유명한『황새』이야기가 있다.
-한 마을에 황새 일가가 살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따스한 봄이 되자 그 황새 둥우리 아래 모여서 황새 일가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 중에 짓궂은 아이들은 입을 모아 그 황새 아기들을 꺼내 불 꼬창이에 꿰어 구워 먹었으면 좋겠다고 지껄였다.
이 소리를 들은 황새 아기들은 전전긍긍한다. 언제 그 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황새 아기들은 엄마에게 『어서 저 아이들을 혼을 내주라』고 졸라댔다. 그러나 엄마는 아기들에게 걸음마 가르치기에만 열중했다. 그래도 아기들은 막무가내였다. 드디어 그들은 하늘을 날수 있게 되었다. 이젠 그들이 나서서 동네 아이들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발을 굴렀다. 그러나 황새 어미는 가만히 타일렀다. 『그 짓궂은 녀석들보다도, 그 녀석들을 꾸짖던 착한 아이에게 우리는 좋은 일을 해주자.』 그리고는 그 착한 아이의 이름을 따서 황새 아기들도 「피터」 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렇게 동화는 끝이 난다. 「이솝」우화 속에도 『여우와 황새』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 둘 사이는 한때 몹시 가까운 친구였다. 하루는 여우 쪽에서 황새를 만찬에 초대했다.
여우는 다른 음식은 다 그만두고 「수프」 만 대접하기로 했다. 그래서 얄팍한 접시에 「수프」를 내놓았다. 여우는 입맛을 다시며 접시의 「수프」를 말끔히 핥아 먹었다. 그러나 긴 부리를 가진 황새는 그 접시의 수프를 먹울 수가 없었다. 부리 끝만 좀 적시다말았다.
이번엔 황새 쪽에서 여우를 초대할 차례였다. 황새는 테이블에 음식들을 잔뜩 내놓았다. 그러나 그 맛있는 음식들은 모두 목이 긴 항아리에 담겨져 있었다. 가늘고 긴 목을 가진 황새는 상관이 없었지만 여우는 한 입도 먹지 못하고 말았다. 「이솝」이 무슨 교훈을 하려는지 우리는 알 수 있다.
황새는 이처럼 동화와 우화로 세계인의 동심을 일깨워 준다. 학명은 「Ciconia boyciana」-.
동부 시베리아·한국·일본에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근년엔 어느 나라에서나 멸종이 우려되어 보호조로 지정되어 있다. 번식력도 약하고 남획이 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나라 충북에서 그 한쌍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그지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며칠이 못 가 무식한 포수의 총에 그 수놈이 죽음을 당했다. 동화 속의 황새는 인간에의 보복을 주저하는데, 현실의 인간은 그에게 총부리를 댔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불경은 언제 인간에 대한 자연의 불경으로 갚아질지 모른다. 살벌한 세정이 새삼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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