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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안부 책 못 내게 인도네시아에 압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일본 정부가 1993년 8월 종군 위안부들의 고난이 기록된 책이 출간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인도네시아에 전달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당시는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일본 간 큰 외교현안으로 부상했을 때로, 일본은 한국 이외 지역으로 이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93년 당시 주 인도네시아 일본대사관 공사였던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현 유엔 사무차장)는 8월 20일 인도네시아 관계자를 만나 7월 26일자 마이니치(<6BCE>日)신문 기사를 거론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저항 지식인이자 대작가인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1925~2006)의 활동에 대한 기사였다. 태평양 전쟁 중 자바섬에서 140㎞가량 떨어진 섬에 다수의 소녀들이 종군위안부로 연행됐었다는 걸 알고 맹렬한 취재를 통해 이를 수백 쪽으로 정리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다카스 공사는 “자료가 발행되면 일본과 인도네시아 관계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고, 이에 인도네시아 측 관계자도 “종군위안부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하르토 정부가 해당 작가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일본 측에 알려줬다. 아사히는 주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일본 정부에 보낸 8월 23일자 전문 내용을 입수해 보도하며 “문학작품의 발매 금지를 부추긴 것으로, (일본 정부가) 당시 인도네시아 독재정권의 언론탄압에 가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프라무댜의 저서는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된 뒤인 2001년에 출판됐고, 2004년엔 일본에서도 발행됐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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