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현욱의 과학 산책

키스는 짝짓기 상대를 검사하는 방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왜 우리는 연애할 때 키스를 하는 걸까. 잠재적 파트너의 자질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연애 상대를 잡아두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주 ‘성 행동 기록(Archives of Sexual Behavior)’과 ‘인간 본성(Human Nature)’ 저널에 실린 2편의 논문에 따르면 그렇다.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의 연구팀은 장기적 관계와 단기적 관계에서 키스의 중요성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는 20개국의 900여 명, 이 중 3분의 2는 여성이었다.

 분석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연애 관계에서 키스의 중요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스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남녀, 혹은 단기적 관계나 즉석 만남을 쉽게 가지는 사람들도 키스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애당초 파트너를 고를 때 남자보다 더 까다로운 경향이 있다. 또한 매력적인 남녀, 즉석 만남을 즐기는 남녀 역시 잠재적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른다는 사실도 확인돼 있다. 이런 사람들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이를 종합해 “키스가 잠재적 배우자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유명한 ‘땀에 젖은 티셔츠 실험’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과 면역 관련 유전자의 차이가 가장 큰 남성의 땀 냄새를 선호한다. 냄새에 더해 피부 기름과 침 성분도 검사하는 것이 키스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처음 키스한 이후 상대에게 느끼는 매력이 변화하는 정도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기 커플은 단기 커플에 비해 키스를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은 그런 경향이 더욱 컸다. 이는 키스가 이미 확립된 관계에서 애정과 애착을 매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짧은 만남에서 키스의 중요성은 섹스하기 전에 가장 컸고 그다음이 섹스 도중, 섹스 이후, 여타 상황의 순으로 나타났다. 장기적 관계에서는 키스의 중요성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키스를 자주 하는 커플은 관계 만족도가 높았지만 섹스를 자주 하는 것은 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키스의 결과로 성적 흥분이 커질 수 있지만 이것이 연애관계에서 키스를 하게 만드는 주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키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