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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결산] 한탕주의 만연

조인스랜드

입력

올 한해는 많은 사람들이 집값 불안 속에서 살았다.지난해말부터 시작된 가격 급등세는 올상반기 내내 서민들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었다.정부 정책의 중심이 ‘부동산값 잡기’였을 정도로 경제부문의 민감한 사안이 됐다.올 한해의 부동산 투자행태는 어떠했는지,정부정책은 왜 뒷북이나 치고 있었는지,부동산 시장의 이면을 짚어본다.

#사례1
지난 11월초 서울 청담동 한 모델하우스.잠실에서 분양되는 롯데캐슬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투자자들이 2백m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아파트는 이같은 인기 속에 3백대 1을 넘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당시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친구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달려와 청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주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롯데가 잠실에서 짓는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정도.그러면서도 “당첨되면 즉시 되팔겠다”고 말했다.분양관계자는 “상담을 해보니 90%는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라고 전했다.그의 말대로 이 아파트는 계약한지 보름만에 4백가구 중 2백여가구가 손바뀜했다.

#사례2
이달 초 치러진 서울11차 동시분양에서는 서초구 서초동의 D아파트 32평형은 분양가가 4억6천만원에 이르렀다.단지규모가 작고 입지여건이 뛰어나지 않은 데도 평당 1천5백만원이나 된 것이다.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서는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시공회사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이처럼 한탕주의가 만연했다.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분양받은 뒤 즉시 되팔아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행태가 퍼져있고 업체들은 이에 편승해 분양가를 부풀리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밀라트 강일룡 사장은 “한 번에 큰 수익을 올리자는 투기심리가 만연한 것은 집값이 급등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파트 청약·분양권 전매제한이 시행되는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단기차익이 생기면서도 청약과 분양권 전매에 제한이 없는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이같은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잠실 롯데캐슬외에도 ^서초동 더샵^목동 하이페리온Ⅱ^대치동 우정에쉐르 등은 수십대 1의 경쟁을 보이면서 가수요가 집중됐다.10월말 선보인 서초동 더샵의 경우 주상복합아파트 2백25가구 가운데 이달초 현재 97가구가 전매됐다.함께 분양된 원룸(1백4가구)과 오피스텔(2백60실)이 10% 정도만 주인이 바뀐 것과 비교된다.

평균 경쟁률 56대 1을 기록한 목동 하이페리온Ⅱ는 현대건설이 3개월간 분양권 전매금지 조건을 내걸긴 했지만 거래가 활발하다.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잔금을 석달 후에 지급하는 조건으로 거래된 분양권이 전체 5백76가구 가운데 30%는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시장의 한탕주의는 ‘전국민의 떴다방화’를 촉진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오죽하면 중개업소들이 주도해 아줌마펀드까지 만들 정도겠느냐”고 말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돈이 보이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투기수요가 판치다 보니깐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주택업체들의 한탕주의도 극성이다.사람들이 몰릴만한 곳에서는 분양가를 부풀려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

한 중소건설회사 사장은 “모든 위험요소를 분양가에 포함하기 때문에 이윤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형업체일수록 이같은 경향이 심한데 공사비의 20% 정도는 거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올해 11차례 나온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평균 8백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평당 1백23만원이나 뛰었다.기존아파트값이 급등하자 분양가와의 차이를 소비자에게주기 보다는 업체들이 챙기는 꼴이다.

A사 관계자는 “주택업체들은 공사비를 높이고 시행사(재개발·재건축 조합 포함)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인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매매가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초 나온 서울 11차동시분양에서 강남구 논현동의 한진중공업 아파트 40평형은 6억3천2백만원으로 인근에서 2004년 입주하는 두산위브 40평형 분양권 시세(5억7천만∼6억2천만원)나 내년말 입주하는 동부센트레빌 41평형 시세(5억5천만∼6억2천만원)를 뛰어넘었다.

성북구 종암동의 아이파크 31평형은 2억5천5백만원으로 1년전 분양된 인근 아이파크 33평형보다 5천만∼6천만원이나 비싸다.주택공사 김용순 책임연구원은 “올해 주요 건설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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