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수 1500명에 학생 911명 … 전교생이 '월급' 받는 연구대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젊은 학교다. 2003년 설립돼 올해가 10주년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옆에 본부 건물을 신축한 지는 만 3년이 안 됐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UST가 차지하는 무게감은 크다. 국내 유일의 ‘국가연구소대학’이어서다. 나로호를 만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과학기술의 모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전국 30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모두 UST 캠퍼스다. 각 연구소의 박사인력 총 8000여 명 가운데 국책프로젝트 책임자 등 우수 연구자 1500여 명이 교수를 맡고 있다. 학생들은 매달 석사 과정 120만원, 박사 과정 160만원 이상의 연수장려금 등 ‘연구원급’ 대접을 받는다. 학비는 무료다.

 교육성과도 좋다. 최근 3년간 박사 졸업생 1인당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 편수가 3.33편이다. 취업률(석사 포함)은 80%가 넘는다. 설립 기념일(22일)을 앞두고 최근 이은우(58) 총장을 만나 ‘UST의 지난 10년, 앞으로 10년’에 대해 물었다.

KIST 등 정부출연 연구소 30곳이 캠퍼스

 -국가연구소대학은 어떻게 다른가.

 “UST는 국가연구소에 대학원 기능을 부여한 연구·교육 통합모델이다. 지난 50여 년간 국가가 50조~60조원을 투자해 육성한 출연연의 첨단 인프라와 고급 인력을 그대로 교육에 활용한다. 일반 대학이 강의 중심이라면 UST는 (연구)현장 위주로 교육을 한다.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양성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연구 능력과 잘 가르치는 능력은 별개다. 연구원을 교수로 위촉하는 기준은 뭔가.

 “각 출연연이 원하는 학생 수요는 연간 12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선발할 수 있는 인원은 300여 명뿐이다. 그 때문에 학생을 잘 지도하는 교수가 학생 선발권을 갖는 체계로 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교수학습지원센터도 만들었다. 티칭(teaching) 방법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수들이 이수하도록 했다.”

박사급 1인당 SCI 논문 3.3편 실력파

 -짧은 역사에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UST는 10년밖에 안 됐지만 출연연의 역사는 20~50년이다. 연구시설과 장비, 지도교수들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연구비도 풍부한 편이다.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두루 갖춘 셈이다. 최근 3년간 박사과정 학생들이 쓴 SCI논문 규모를 보면 어떤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 과학기술 분야에서 박사후 과정(Post-doc)을 안 거치고 바로 교수가 된 사람이 6명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UST 출신이다.”

 지난해 UST(KIST 캠퍼스)를 졸업한 윤보은(30) 박사는 2010년 비신경 세포의 기능을 규명해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연구성과 등을 인정받아 졸업과 함께 단국대 나노바이오의과학 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매년 출연연에 취업하는 학생이 늘어 ‘모교 프리미엄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UST의 취업률이 높은 것은 네트워크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연구현장 적응력이 높기 때문이다. UST 졸업생들은 어떤 프로젝트에 투입해도 바로 제 몫을 한다. 출연연에서 오랫동안 실제 연구를 수행해 봤기 때문이다.”

 -캠퍼스가 전국에 나뉘어 있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기 쉽지 않겠다.

 “매년 전국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학술문화제·체육대회 등을 연다. 외국 학생들에겐 한국의 문화·산업시찰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가장 많은 캠퍼스(20개)가 모여 있는 대전 캠퍼스 부근에 다기능 기숙사를 짓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문화·소통 공간의 역할을 함께하는 ‘레지던시 칼리지’ 개념이다. 이 기숙사가 지어지면 낮에 각 출연연으로 흩어졌던 학생들이 밤이 되면 다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UST 가족으로서 일체감·정체성을 형성하는 근거지가 될 것이다.”

 기자가 찾은 날, 마침 UST 본부에선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의 학술문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유난히 외국인 학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외국인 학생 비율이 얼마나 되나.

 “전체 911명 가운데 273명(약 30.1%)이다. 국가별로는 베트남·파키스탄·인도네시아·인도·중국 등의 순이다. 중동·아프리카에서도 많이 온다. 또 KIST 등에는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 온 학생들도 있다. 우리 출연연이 몇몇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국인 졸업생 가운데는 국내에서 취직을 한 경우도 있지만, 본국으로 돌아가 교수나 공무원이 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입장에서는 세계 각국에 과학기술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고급 공적개발원조(ODA)라고 생각한다.”

노령화 연구기관 확 바꿀 인력 키울 것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10년은.

 “2025년까지 중장기 발전전략을 담은 ‘UST 비전 2025’를 마련했다. 아시아 최고, 글로벌 선도 국가연구소대학이 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캠퍼스별로 차별화된 교육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중소기업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인재 중심 교육, 문제해결 중심 교육을 두 축으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고등교육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다.”

 -미래지향적인 고등교육 모델이란.

 “UST의 모태는 출연연이다. 과거의 출연연은 연구계획 잘 세우고 펀딩만 잘 받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팔로어(follower, 추종자)일 때는 그걸로 족했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가 되려면 창의적 인재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아무리 계획 잘 짜고 돈이 많아도 안 된다. 하지만 현재 출연연의 인력 생태계는 경직되고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다. 출연연이 다시 태어나는데, 새로운 인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UST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글=김한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이은우 총장=1955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다. 경주고와 부산대 기계설계학과(73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82년 기술고시(18회)에 수석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기반국장,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국제협력국장·국립중앙과학관장 등을 지냈다. 2011년 12월 UST 3대 총장에 취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