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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의 기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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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일 경남 동래군 장안면 고리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를 기공하는 식전이 성대히 거행됐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이 성공한 것은 20년전인 51년12월10일 이었지만, 그곳에서도 본격적인 상업용 원자력발전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년전인 66년부터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도 이제 현대기술의 최첨단이라 할 상업용 원자력발전의 실용화를 위한 계획이 무르익어 드디어 내외자 1억7간5백44만3천「달러」(5백43억8간7백37만원)의 건설비를 투입, 출력용량 59만5천kw의 가압·경수 냉각형(웨스팅하우스) 원자력발전소가 남해의 한적한 어촌이었던 고리 22만평 대지위에 건설되기에 이른 것은 이 나라 발전사뿐만 아니라 한국의 현대사 전체에 하나의 획기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라 하겠다.
원자력발전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미래세계를 움직일「에너지」원의 주축이다. 그동안 기술적인 난제때문에 여러번 실패를 겪다가 66년 석탄값이 싼 미국에서도 산탄지로 유명한TVA의「브라운스페리」발전소의 건설공사 입찰에서 화력을 누르고 그 경제성을 입증함으로써 비로소 실용적인 상업원자력 발전시대가 시작됐던 것이다.
원자력발전이 실용기로 들어서게 된 최근 수년간, 각국은 모두 원자력발전을 위한 전력 수급계획의 수정을 시도하면서 이제 미구한 장래에 원자력발전이 전력공급원의 대종이 될 날도 멀지 않게 되었다.
이리하여 전통 있는 영국을 비롯한 구라파 각국 그리고 아세아에서도 인도와 일본 등이 원자력 발전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이로써 우리나라는 동양에서는 두번째로 그 실용화가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바로 얼마전에 원자력발전 장기전망을 대폭 수정, 1990년엔 전 발전단의 50%이상, 2000년엔 71%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이번에 기공한 제1호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될 예정인 76년엔 그것이 전 발전량의 10%에 불과하지만, 전력수요가 오늘날 일본의 총 발전량인 약 6천만kw에 이를 2000년에 가서는 부득불 원자력발전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돌 것임은 지금부터라도 능히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석탄이나 석유의 매장량이 거의 한계에 도달할 2000년대를 상기할때 핵자원은 거의 무사장이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0년∼15년 안에는 현재의 경수성보다 연료이용도가 40배나 높은 고속증식연가 개발되리라는 전망, 그리고 석탄이나 석유모양 큰 저장고나 저장시설 등의 필요성이 전무하다는 점, 대기오염 등 공해 문제의 불발생 등 원자력발전의 이점과 그 필연적 성장 가능성은 이제 누구의 눈에도 소소한 것이라 하겠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원자력발전의 장래가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첨단적 경험이나 공업적 배경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업적인 원자력발전소의 실력화에는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원자력발적의 주도권을 원자력청으로부터 뺏은 한국전력이 당초 원자력 발전문제를 지나치게 안일하게 생각한 나머지, 69년1월에 가형을 서둘러 선정하면서 70년초 기공, 74년말 가동이라는 성급한「스케줄」을 짰다가 그것이 1년이 넘는 오늘에야 기공식을 올리고 가동시기를 2년이나 연기시킨 사실 하나만을 보더라도 그간의 행정을 짐작 할 수 있겠다.
「런커·시스티」이라해서 「웨스팅하우스」사 등이 건설을 책임져 준다고 한전은 말하지만, 아직은 세계의 거의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예정기일에 완공된 일이 없고 이번 발전소의 건설비 자체도 상식보다 비싸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방사능 위험이 없다 하지만 지난 1월에도 일본 돈가원자력발전소에서「고발트60」오염사건이 생겼고 그밖에 오염사실에 대해서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등 한전이 주무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을 불허하는 점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아니라 앞으로 계속적으로 건설해야 할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해선 외국처럼 1기 1백만kw이상의 4∼5기를 한곳에 건설하기 위한 부지확보 문제, 원자력청·과학자 등 국내과학진의 최대한의 창여문제 등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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