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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생활환경개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날씨가 풀리면 방역기 동반의 차량들이 거리를 누비며 소독약을 뿌리는 모습을 흔히 본다. 이같은 방역작업은 물론 파리 등 유해동물을 죽이는데 목적이 있다. 페스트균을 옮기는 쥐, 일본 뇌염 등을 옮기는 모기 및 콜레라균 등 각종 세균을 전파하는 파리 등을 없애려는 이 작업은 형식적인 방역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
서울의 청계천7가에서 마장동까지 이어있는 판자촌은 불결한 환경 속에서 달리는 좋은 예. 서울 성동구 마장동22통1반 S씨(32)는 서울의 온갖 구정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코를 막고 살아야 할만큼 지독한 악취 속에 산다고 했다.
변소시설이 있을리 없어 간이 공중변소가 천계천 둑밑에 있으나 흘러 넘치기 일쑤라 요즘에도 파리와 쥐가 득실거린다고. 또 이 공중변소는 바로 청계천으로 오물이 흘러들도록 되어있어 고약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나 주민들은 속수무책이라는 한탄만 하고 있었다.
서울의 오물처리는 28%가 수세식처리가 되고 있을 뿐 나머지 72%는 화장실에서 이른바 인분을 퍼내는 방법 밖에 없다. 서울 동대문구 묵동 오물처리장에는 시영 청소차나 인분 차들이 나른 오물이 넘쳐 바로 중량천으로 흘러들기 마련이라 한강의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도 있다.
더욱 농어촌의 변소개량은 방역적인 입장에서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할 것이지만 서울의 경우가 이처럼 엉망인 현실에서는 기대하기 힘들겠다는 전망.
경북 의성군 구천면 용사동 J씨(43)의 초가엔 마당구석에 옹덩이 같은 것을 파고 그 위에 발을 딛게 할 나무판자를 두개 걸친 것이 화장실이었다. 인분은 J씨가 단지에 퍼내어 밭이나 논에 두엄대신 사용하는 것 이외는 항상 웅덩이 속에 가득차 파리 등이 욍욍대고 있다. 물론 농촌에 하수시설이 있을리 없어 비가 올 경우엔 그대로 흘러들기 마련으로 비위생적인 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돼지우리나 외양간의 청결 상태는 영점…. 우리의 농어촌엔 이같은 불결한 환경에 살고 있으나 변소개량이나 하수시설은 요원한 곳이 많다는 보전당국자의 설명이다.
생활환경이 이처럼 나쁘다는 것도 수인성질환의 오인이 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수공급문제이다. 작년6월 서울 면목동669일대 주민들이 구토·설사·피붓병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우물물에서 1cc당 3백20∼4백여 말리의 대장균이 검출되어 식수로 인한 괴질임이 판명되었다.
보사부집계에 따르면 70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량이 34·9%, 간이상수도가 1.4%로 안전수를 먹는 국민이 36·3%밖에 안되며 나머지 63·7%가 우물물(60%)이나 강물 등 자연수(3·7%)를 마시고 산다. 그러나 서울·부산·대구 등 도시민들은 변두리지역을 제외하고는 상수도혜택을 받고 있지만 농어촌주민 1천5백45만4천여명 중 간이상수도 등으로 안전수를 공급받는 주민은 불과 44만여명 뿐으로(2·85%) 나머지 97·15%인 1천5백1만4천여명이 우물물이나 자연수 등 비위생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상수도 보급률이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 아직도 88만여명(14.2%)이 공동우물·개인우물에 의존하고 있어 식수관리로 시 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 급격한 산업발전에 따라 공장폐수가 우물에 스며들어 옛날 같이 깨끗한 지하수가 변질된 또 하나의 문제를 낳고 있다.
서울 성북구 월계동 주민들은 작년8월 설사와 피붓병을 앓았는데 인근공장폐수가 우물에 스며든 것이 원인이었음이 드러나자 시 당국에 항의하는 소동까지 빚었다. 또 서울 동대문구 묵동 공무원주택지역은 간이상수도가 설치되기는 했으나 S기업사에서 나온 폐수가 수질을 변질시켜 석유냄새가 나는 물을 그대로 마시며 살고 있다.
보사부는 70년대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소독약을 뿌리거나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등 예방적 방역보다는 안전수공급·오물처리·하수관리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정, 3차 경제개발계획기간동안 농어촌의 변소개량·하수도설치·간이급수시설을 위한 계획예산 5백여억원을 경제기획원에 요청했었다. 그러나 예산당국은 간이상수도 부분만 인정, 1백30억여원만을 배정했는데 보사부는 8천8백80개소에 간이상수도를, 11만4백개의 우물에 위생시설을 갖추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제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방역당국자는 『우리의 생활환경이 완전히 개선될 때 콜레라 등의 전염병은 전염병에서 제의될 것이나 아직 많은 시일이 요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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