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부처 가판신문 끊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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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와 국정홍보처는 28일 저녁부터 가판신문(전날 오후 7시쯤 발행되는 조간신문의 첫판) 구독을 중단했다. 청와대는 가판을 발행하지 않는 중앙일보를 제외한 조간들의 가판 2백50여부를 매일 구독해 왔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최근 "취임 후 한두 달 안에 (정부부처들의)가판신문 구독을 전부 금지할 생각"이라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총리실을 비롯한 각 정부부처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행에 들어간다.

정부 과천청사 가운데 1청사는 이날부터 중단했고, 2청사는 3월 2일부터 시행한다. 예금보험공사도 28일 가판을 끊었다. "정당의 특성상 빨리 신문보도 내용을 챙겨봐야 한다"며 고민해오던 민주당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盧대통령의 생각은 가판 구독 중단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는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늘 아침에는 신문을 하나도 못 보고 나왔습니다"라는 인사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한 참석자는 "체질화된 '신문중독'현상을 털어버리라는 메시지가 담긴 발언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가판 구독 중단은 盧대통령이 그려놓은 언론개혁의 밑그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빼달라' '고쳐달라'고 부탁하고, 그 과정에서 언론에 신세를 지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권력과 언론의 악습을 끊자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보에 대해서는 정당한 법절차를 밟아 정정보도를 요청할 것"이라며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불편하더라도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盧대통령은 가판신문 구독 중단을 지시하면서 "틀린 것을 써놓고도 책임지지 않는 것부터 고치는 데서 언론개혁은 시작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조치는 또 있다. 송경희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 기자실이 개방돼 출입기자단이 늘어남에 따라 신문.방송사들의 창간기념일에 관행적으로 해왔던 대통령 인터뷰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언론사의 기념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도 사안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앞으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 ▶사실 관계가 잘못돼 바로잡거나 해명해야할 경우 ▶국민을 상대로 직접 호소해야할 특정사안 등 세 가지 경우에는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는 "27일 조각발표 후 대통령이 직접 했던 브리핑이 기본 모델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함으로써 언론의 추측보도와 자의적 분석을 방지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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