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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직원 가족 특혜 채용 공공기관 '고용 세습'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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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공공기관 직원이 사망하거나 퇴직할 경우 가족을 대신 뽑아주는 ‘고용세습’이 금지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고용세습을 막기 위해 ‘공기업 운영지침’을 개정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적지 않은 공공기관이 노동조합과 임단협을 통해 고용세습을 허용하고 있다”며 “지침 개정 외에도 이 같은 임단협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수단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공기업 운영지침’에 따르면 공기업이 소속 직원을 채용할 경우 공개경쟁시험에 의해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성별·학력·연령·신체조건 등에 대한 불합리한 제한을 두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세습을 금지하는 명문화된 문구는 없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최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등록된 문서와 기재부에 제출된 179개 공공기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 33곳이 노사 자율협약인 단체협약을 통해 가족 우선 채용 규정을 명문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단체협약서에서 ‘공상 및 순직으로 퇴직한 직원의 가족 중 1인에 한해 7급 상용직 사원으로 특별채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지적공사의 단체협약에는 ‘조합원이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사망했거나 장애가 심해 계속 근무가 불가능하게 됐을 때 배우자나 자녀 중 한 명에 한해 공개채용 때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이처럼 업무상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직원을 대신해 고용세습을 허용하는 공공기관은 33곳 중 13곳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와 강원랜드·충남대병원 등 4개 기관은 한술 더 떴다. 업무상 사망 외에도 정년퇴직한 경우까지 고용세습을 포함시켰다. KAIST와 원자력통제기술원 등 15개 기관도 업무 외 개인적인 이유로 사망한 경우에도 고용세습을 허용하고 있다.

 이노근 의원은 “업무상 재해사망의 경우 유족의 생계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금전적 보상에 그쳐야 한다”며 “하지만 일반사망이나 정년퇴직 때도 고용세습이 이뤄진다는 건 현대판 음서제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33곳이라는 수치도 295개 공공기관 중 179곳만 조사해서 나온 것”이라며 “그 외 공공기관과 재출연기관까지 조사하면 고용세습을 단협에 명시하고 있는 곳은 수두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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