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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선거운동 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여야당은 사전선거 운동문제로 논쟁을 펴고 있다. 공화당은 신민당 김후보의 유세와 발언내용을 명백한 사전운동으로 단정, 법적·정치적 대응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신민당도 공화당의 공약발표가 사전선거운동이라 보고 공화당측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공개·합법의 정권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민주국가에서 정당은 그 정강·정책을 일상적으로 대중전달하기 마련인데, 이 정당의 일상적인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을 엄격히 구분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선거관계법이 있어 선거운동기간중 정당이나 입후보자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과 선거운동기간 전에 정당이나 입후보자가 할 수 있는 정치운동사이에는 형식적인 차이가 인정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보아 선거운동이란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운동의 일환으로 보아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사전선거운동인가를 구체 또 명확히 정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야당의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사람이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정치유세를 편다하여 이를 덮어놓고 사전선거운동이라 규정할 수도 없고, 또 반대로 집권당이 정책공약을 양산 제시한다고 하여 이를 사전선거운동으로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지금 공화·신민 양당은 서로들 상대방이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하여 자극적인 설전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무엇이 사전선거운동인가 그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치 않고, 덮어놓고 상대방을 사전선거운동사범으로 몰겠다는 사고방식은 기실 유치한 정치적인 장난인 것이다.
무엇이 사전선거운동인가를 유권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므로 양당은 「케이스·바이·케이스」로 사전선거운동에 관한 유권적인 해석을 구해 가지고 그 시정조치를 요구토록 해야할 것이다.
공화당측이 신민당 김후보의 유세와 발언내용을 명백한 사전운동이라 단정하고 강경책을 쓰기로 한 것은 김후보가 3선개헌조항 환원을 위한 국민발의를 하겠다고 주장한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공화당은 『야당의 개헌발의계획은 선거분위기를 흐리고 호별방문으로 선거운동을 하려는 책략』인 동시에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명백한 위법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완강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현행헌법은 국민의 개헌발의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민당의 대통령후보가 3선개헌조항 환원을 위한 국민발의를 하겠다고 하는 주장 자체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발의에 관한 절차법이 제정돼 있지 않은 점을 고려에 넣는다고 하면 개헌국민발의는 하등의 실효성을 지니지 못한다. 그뿐더러 현행 헌법은 국민발의에 의한 개헌안도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의 통과를 거쳐야만 개정헌법으로 실정되게끔 되어있다. 따라서 신민당이 진정으로 3선개헌조항의 환원을 원한다고 하면 국민발의 운운하여 선거분위기를 혼탁케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총선에서 개헌안발의 및 통과에 필요한 의석을 차지하도록 함이 마땅할 것이다.
또 하나 주목을 요하는 것은 이 국회의장에 이어 또다시 김 공화당총재상임고문이 군의 신임을 얻는 사람만이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는 사실이다.
군의 신임여부가 후진국 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은 경험상 교훈으로 시인할 셈 치고라도 이·김 양씨처럼 공화당의 최고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그런 자극적인 언사를 쓸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왜 그런고 하니 이런 발언은 자칫하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깨뜨리고 공명선거의 분위기를 해칠 가능성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비단 상기발언뿐만 아니라 양당은 정권투쟁을 벌이는데 있어 그 발언에 좀더 신중을 기해 반대당이나 국민을 필요이상으로 자극하는 언사를 쓰지 않음으로써 자유·민주선거의 대경대도를 걸어가도록 해야 한다. 유치한 정치적 설전의 전개는 정당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것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님을 명심토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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