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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김정은, 3년 내 무력통일 수시로 호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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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재준 국정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남재준 국정원장은 8일 “김정은이 내부적으로 ‘3년 내 무력통일을 하겠다’고 수시로 호언하고 있다”며 “민주남부애국역량(남한 내 종북세력)이 들고일어나 지원을 요구하면 전쟁을 선포한다고 명기하는 내용이 담긴 전시사업세칙도 개정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은 해군 전력을 증강하고 있고, 수도권과 서해 5도를 겨냥해 포병전력을 증강했다”며 “240㎜ 방사포와 122㎜ 방사포를 배치했다”는 보고도 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남 원장의 발언은 이날 북한 총참모부가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을 목적으로 조지워싱턴함이 배치된 것 등을 비난한 뒤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작전에 진입할 수 있는 동원태세를 유지하라는 긴급지시를 접수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의 영변 원자로가 재가동되고 있다는 사실도 공식 확인됐다. 남 원장은 “북한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생산 등 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동창리에는 장거리 미사일 엔진시험 등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이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요구하고, 대북 제재와 한·미·일 공조 이반을 통해 주도권 장악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4월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했었다. 5㎿급 흑연감속로인 영변 원자로에 대해 전문가들은 1년간 플루토늄 6㎏(핵무기 1기 분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 모방하며 재원 낭비”=남 원장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등장 후 나타난 북한 내부의 상황을 ‘개인 우상화’와 ‘유럽 모방’으로 설명했다. 김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묘지가 조성돼 주민 참배를 강요한 것을 대표적인 우상화 움직임으로 봤다. 김 제1위원장은 동시에 군단장급 이상을 44% 교체하는 등 군 지휘관의 세대교체를 통해 군권 장악에도 나섰다. 남 원장은 또 “김정은은 스위스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의 잔디광장이나 테마파크 조성에 나서는 등 외국 따라 하기에 몰두하며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원장에 따르면 북한이 건설 중인 미림승마클럽,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3억 달러로, 북한의 전 주민이 2∼3개월 먹을 80만t의 옥수수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에 이른다. 남 원장은 “북한 내부 간부들 사이에선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고, 보신주의·면종복배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며 “지난 4월 해외 파견자들에 대해 동반 자녀 1인을 제외하곤 전원 북한 국내로 소환토록 했지만 반발 때문에 지난 9월 철회하는 등 민심이반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남 원장은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10여 명에 대한 총살설도 사실로 확인했다. 최근 일본 언론 등은 김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와 관련된 성추문을 막기 위해 이 악단의 단원들이 총살됐다고 보도했었다. 남 원장은 다만 “이설주가 관련돼 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석기 육성 테이프, 정보위서 공개=남 원장은 내란음모죄로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관련해 “이석기 의원을 경호하는 30명의 경호팀이 있고, 이들은 주 3회 체력단련과 월 1회 산악훈련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정청래 의원은 “남 원장이 니트로글리세린을 사용해 사제폭탄으로 폭파실험을 하는 동영상을 보여줬다”며 “니트로글리세린 110mL로 만든 폭탄의 살상 반경은 30m였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 등이 참석한 ‘합정동 모임’의 녹음 내용도 공개했다. 정 의원은 “녹음을 들어보니 이석기 의원 음성이 맞았다”며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가 돼 강력한 집단적 힘을 통해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여 있는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우리 서로를 위해서…’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남 원장은 새누리당이 요구하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음원파일 공개에 대해선 “NLL(북방한계선) 대화록의 음원파일은 USB(이동식저장장치)에 보관돼 있다”며 “국회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요청하면 검토해 (공개 여부를)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했다. 이날 남 원장과 야당 의원 간에는 대화록 공개를 놓고 이런 설전이 오갔다고 한다.

 ▶민주당 유인태 의원=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국가정치원이 됐다. 정상회담 대화의 비밀을 해제하는 언어도단을 감행했다.

 ▶남 원장=더욱 잘하란 채찍으로 알겠다.

 ▶유 의원= 자기 확신을 가지고 무엇이든 저지를 수 있다고 보여 우려스럽다.

 ▶남 원장=저는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다. 법에 따라 비밀을 해제한 것뿐이다.

 회의 후 유 의원은 “남 원장이 담담하다 못해 아주 당당해 답답할 정도였다”며 “그게 (대화록 공개) 얼마나 정치적 행동인가를 지적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더라”고 했다.

글=권호·이윤석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국회 정보위 출석 현안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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