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밀양 송전탑의 '죽음 퍼포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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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천하를 얻고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말은 사람 생명의 엄중함을 가르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슨 상품 진열하듯 죽음을 암시하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기가 막혔을 것이다. 반대 세력 가운데 일부 극렬 집단이 밀양군 단장면 96번 공사 예정지에 가로 2m, 세로 0.7m, 깊이 0.8m의 무덤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밧줄 올가미 5개가 매달린 나무 지지대를 설치했다. 휘발유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페트병도 매달았다.

 참혹하고 섬뜩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공사가 강행되면 올가미에 목을 걸고 시신을 무덤에 내려놓으라는 선동과 압박이 아니고 무엇인가. 가뜩이나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시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따라 배울까 겁부터 난다. 건설 반대의 명분과 대의가 아무리 크다 한들 사람의 목숨 값에 비할 것인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은 아무래도 좋다는 극렬 집단의 투쟁 방식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현재 파악되고 있는 극렬 집단의 실체는 ‘동화전 마을 청년회 일꾼 5~6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스스로 송전탑 건설의 피해 당사자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죽음의 퍼포먼스가 정당화될 수 없다. 누구도 자기 목숨을 끊을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청년회원들의 섬뜩한 퍼포먼스는 다른 생각을 가진 더 많은 주민들의 의견을 제압하려 한다는 점에서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무덤·올가미 작업엔 강병기 통진당 경남도당위원장을 비롯한 통진당 지역당원 30여 명이 간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과 일부 주민은 통진당 사람들이 죽음의 퍼포먼스를 주도했다고 증언하고 있는데 통진당 측은 “주도하지 않았다. 잠시 힘을 보탰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주도했든 힘을 보탰든 공당을 자처하는 정당의 당원이 할 짓이 아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역 천주교회의 주임신부가 이끌고 있다. 대책위는 반대를 하더라도 목숨을 담보 잡는 반생명적 투쟁 방식을 경계하고 중지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도 섬뜩한 죽음의 퍼포먼스를 주도한 세력이 누군지, 왜 그랬는지 진상을 파악해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