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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8조 한수원, 법인카드로 낸 밥값 작년 138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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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납품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이던 7월 8일, 한수원 한 간부는 청담동 소재 모 의료재단을 찾았다. 한창 업무시간인 오후 2시11분, 그는 법인카드로 17만1200원을 긁었다. 회사 측에 낸 법인카드 사용 목적에는 “회사 비상경영 현황 설명”이라고 썼다. 한 달 후인 8월 16일, 그 간부는 다시 이곳을 찾아 8만33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번엔 “홍수기 수력발전소 운영 현황 설명”이란 명목이었다.

 #대전에 있는 한수원 중앙연구원 직원들과 고리원자력본부 직원들은 역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던 8월 27~29일,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를 찾았다. 이들은 ‘주식회사 강원랜드’에서 116만원을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통상 세미나 등을 목적으로 모일 경우 인근 리조트를 이용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들이 강원랜드에서 카드를 사용한 건 이례적이다. 강원랜드엔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국내 최대의 카지노가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여의도의 S고급 단란주점에서 지난해 말과 올 2월 세 차례에 걸쳐 99만원을 법인카드로 긁었다.

 단란주점·피부관리센터·노래방·바(bar) 등은 한수원 내규로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곳’이다. 그러나 법인카드를 쓸 수 없는 곳에서 부적절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한 경우가 올해 확인된 것만 70여 건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따르면 임직원들은 지난해에만 138억원을 밥값에 썼다. 이는 2010년 97억원→2011년 120억원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엔 8월까지만 91억원을 썼다.

 특히 업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이후에 쓴 밥값과 술값이 매년 60%(70억~80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대출 의원은 “지난해 말 8조3000억원대의 부채를 지고 있는 한수원이 밥값으로 매년 100억원씩을 쓴다는 걸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기업의 존재이유를 망각한 처사로, 조직 전체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리 직원 1인당 평균 수뢰액은 1억300만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에 따르면 한전에서 분사한 2001년 이후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불구속·약식기소된 한수원 직원은 모두 58명이다. 이 가운데 금품수수로 기소된 경우는 45명으로, 이들이 받은 금품의 총액은 46억3600만원이다. 한 명당 1억300만원꼴로 돈을 받은 셈이다. 최근 수사기관 통계로 나온 중·하위직 공무원의 평균 수뢰액이 13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7배 넘는 수준이다.

권호 기자

▶ 바로 잡습니다
◇본지 7일자 12면 ‘빚 8조 한수원, 법인카드로 낸 밥값 작년 138억’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 A수력발전본부장이 청담동 고가 피부관리센터에서 피부관리를 받았다는 내용과 관련, 한수원측은 “피부관리를 받은 게 아니라 청담동 소재 모 의료재단에 있는 구내 레스토랑에서 대학교수 등과 두 차례 업무 수행차 식사를 했는데 이 레스토랑은 별도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대표법인 사업자(의료재단) 명의로 영수증을 발급해 그렇게 비춰진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추가 취재 결과 A본부장은 이곳에서 피부관리를 받은 게 아니라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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