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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주기설에 떠는 일본|올해 들어 불길한 징조와 통설의 언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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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23년9월1일 동경을 중심으로 해서 일어난 「관동대 진재」로부터 벌써 47년여. 일본의 중추를 이루는 인구 2천4백만의 관동 남부에서의 지진에 대한 불안과 대책은 긴급한 과제로서 다뤄지고 있다. 신년에 들면서부터 관동 지방에 진도 4의 중진을 포함해서 8회의 유감 지진이 있었다. 물론 진원지가 동일하지 않고 삼하만·축파산의 서방·자성현 해변·이두남방·입장도 서방 등 몇 군데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대지진의 전조」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예고 없이 닥쳐오는 대지진의 재해에 대한 공포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동경=조동오 특파원】
지진학은 지금 일본이 가장 앞서 있고 미국이 뒤를 잇고 있다고 한다. 전세계 지진의 10분의1을 일본이 차지한 화산 열도에서 그 학문이 세계 제일이라고 해서 우스울 것은 없다. 그러나 일본 기상청의 지진 과장 추방창씨는 『불행하게도 지진을 예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고백했다. 동경대학 지진 연구 소장인 하각홍 교수의 「지진 69년 주기설」이 통설이라는 것은 추방씨도 수긍했지만 하각설도 결국은 일본 지진 사상 유일한 기록인 겸창의 지진 연대표를 근거로 한 것으로서 확신을 갖는 것은 못 된다는 것이다.
하각 교수는 서기 818년 이후 최근까지 69년 주기로 따져 17번의 지진 (진도 5이상의 파괴성 지진) 이 있어야 할 터이지만 기록에 없는 것은 956년, 1025년, 1163년 세 번뿐이며 이 시기에는 관동 지방 또는 전국이 전란에 휩쓸렸을 때이기 때문에 기록이 남지 않았다고 보고 대지진은 69년 주기에서 「플러스」「마이너스」 13년 주기로 온다는 설을 펴고 있다. 69년 주기설에 따르면 관동 남부 지방이 파괴 지진을 만날 시기는 1991년이지만 표준 편차를 빼면 1978년부터 위험기에 돌게되는 셈이다. 이 주기설에 따라 일본 정부 특히 동경도는 도방재회의 소방 심의회 등을 통해 「대진재」에서 의 탈출 대책 등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신년초의 불안한 지진의 연속에 대해 천섭 대학 사회 지리학 교수인 청수형팔낭씨는 대구보에 있는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자 『정말 공포가 앞선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위험기에 드는 7년 후까지 나는 먼저 동경에서의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지진 대책을 정부가 서둘러야 할 터이지만 동경 인구 전멸을 막는 도시 대책에 대해서 일본 정부 특히 지방구 출신 의원이 절대적 수인 일본 국회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대진재가 나면 동경은 폐허화되고 「벵골」만 이상으로 세계의 「빅·뉴스 」가 될 것』이라고 정부를 꾸짖는다.
청수 교수는 「관동 대진재」때 손실 가옥 57만6천2백62동 중 44만7천1백28 동이 소실가시이고 14만1천7백20명의 사망자 중 9할이 소사자였다』면서 『현재는 인구가 1천2백만명으로 2·5배나 늘었고 도시 구조상 시가지가 연속되어 있고 관동 대진재 당시의 차량 수가 2천대에서 2백10만대로 불어 이 차들이 통로를 막고 근대 산업의 발전으로 석유 「콤비나트」·석유류·고압「개스」·화약류 등 출화 질물이 수십 배 증가했으며 이상 「개스」발생률도 높아져 바로 동경 괴멸의 조건은 완비되었다』고 한탄했다. 69년 주기설의 하각 교수도 『71년 현재는 위험기의 4분의1의 확률이 있다』고 대지진의 접근을 경고하고 있다.
한편 하각 교수의 동경대학 후배이자 지진 연구와 예지의 실무 책임자인 추방씨는 기상청에서 기자와 만나 『금년에 들면서 벌써 대지진의 문제로 문의해 오는 외국 보도 기관이 살도 하고 있다』면서 『지진 예지에 대한 연구를 25년 계속하고 있기만 솔직한 얘기로 지진이 온다는 예보를 기상 예보와 같이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항복했다. 추방씨는 『만약 가능성을 갖고 지진 예보를 내면 받는 사람의 심리적 충격과 거기서 오는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고 확실한 예보를 위해 지진 대회 진원대에 대한 관측 등 지진「메커니즘」을 백% 가동하여 예지의 방법을 연구함 도리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연속적인 관동 지방의 지진에 대해서는 『이것이 바로 대지진의 예고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통계에서 보면 관동 지방에서는 한 달에 평균 8회 정도의 감진이 있다』면서 이번 연속 지진은 각각 진원지가 다르고 적어도 20회 이상한 곳의 진원지에서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지진이 온다고 선동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라고 청수 교수의 위기설을 반박했다. 끝으로 그는 페루의 대지진이나 파키스탄의 대 재해는 주로 무지와 자금·기술의 부족에서 온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지진학·지진 공학의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경제 대국이라고 자인하고 있는 이상 파키스탄 재해를 상회하는 대진재를 얻으면 대책을 외면한 천벌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진재의 피해 상정과 그 대책도 충분히 강구되어 있는 이상 작년 미국 박람회에 쏟은 에너지를 진재 대책에 쏟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의 지진학 수준은 미국과 소련의 다음 간다고 말하는 정봉일 교수 (서울대 문리 대) 는 일본 관동 지방의 지진은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동대 지진 연구소는 조교수급 50명, 교수급 10명의 대규모지만 일기예보만큼 지진예보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 동안의 진원이 여러 곳이지만 모두 지각이 약한 지진대다. 실제 지진이 발생할 때 진원이 동일 지점일 필요는 없기 때문에 지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일본이 지진 공학이 발달했지만 철골의 내진 건물을 제외한 민가의 피해는 속수무책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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