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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형의원 집에 불|신민당 선거대책본부장 오늘 새벽 별채 전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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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일 상오 0시15분쯤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 43의 3 신민당 대통령 선거대책본부장 정일형 의원 집 별채에서 원인 모를 불이나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대책계획서, 신민당중앙당관계기밀서류 및 신민당 서울 중구당 조직관계서류 등과 정본부장과 장남 대철씨(29)의 장서 5천여 권을 불태우는 등 단층 28평짜리 별채 건물 내부를 전소시키고 1시간만에 진화됐다. 화재 감식전문가 지영대 교수는 이불이 방화가 아니고 아궁이에서 발화했음을 밝혀냈다.
이날 새벽 0시40분쯤 순찰중인 방범원 심진봉씨(29)가 정의원 집 앞을 지나다가 별채인 한충언씨(29·정의원 비서)의 방 남쪽 지붕 위로 연기와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비서 한씨에 따르면 비서 방에는 한씨와 사동 박광택군(17)이 잠자고 있다가 연기와 뜨거운 열기 때문에 잠을 깨어 속옷바람으로 방을 뛰쳐나왔다는데 불길은 처음 다락에서 천장 쪽으로 번졌으며 나무 판자로 된 천장을 타고 서쪽으로 계속 번져갔다는 것이다.
사동 박 군은 불이 난 순간 밖으로 나와 행방을 감추었다가 상오 7시쯤 온실에 숨어있는 것을 경찰이 찾아냈다.
박 군은 이날 하오 8시30분쯤 연탄을 갈아넣은 뒤 부엌바닥을 깨끗이 치우지 못하고 빈 사과궤짝 1개와 휴지조각이 널려있어 불이 난 것으로 생각하고 겁이 나서 숨었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화인을 조사중인 경찰은 작년 1월 27일 같은 장소에서 불이 난 것을 집안 식구들이 끈 사실을 밝혀냈다. 이때 화인은 정 의원 집의 고양이 3마리가 휴지 조각을 물어다가 아궁이 가까이 쌓아 놓아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밝혀졌었다. 경찰은 이번에도 고양이들이 휴지조각을 아궁이에 물어다 놓은 것에 불이 붙어 다락방 판자 바닥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화인을 아궁이의 연탄불이 휴지조각과 빈 사과궤짝에 옮겨 불어 아궁이 1백 22cm 위쪽에 나무로 된 이불 넣는 다락으로 번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부인 이태영 여사는 3일 하오에 자기가 지켜보는 가운데 박 군을 시켜 부엌에 있던 휴지 등을 모두 불태워 부엌 바닥이 깨끗했다고 주장, 화인이 엇갈리고 있다.
또 관리인 이점영씨(41)도 4일 하오 집안을 돌봤을 때 부엌바닥에 휴지가 없었으며 연탄 아궁이에는 두꺼비를 씌우고 그 위에 함석판을 덮기 때문에 불이 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동 박 군은 지난 달 25일 신민당 중앙당 노동부국장 김종완씨(43)의 추천으로 이 집에서 일해왔다. 김씨에 의하면 박 군은 서울 성동 경찰서 사환으로 일하다가 박 군의 매형 한용식씨(40)가 김씨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경찰은 박 군을 실화협의로 입건하는 한편 정확한 화인을 가리기 위해 화재 감식전문가 지영대 교수에게 화인감식을 의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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