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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전쟁의 신극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약 4, 5천명의 월남군 공정대원들이 1일 새벽 라오스 남부의 볼로벵 고원에 투입되어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 작전은 미·월·라오스 등 어느 정부에 의해서도 아직 공식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침묵이 만약 사실의 인증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작전은 인지전국전면에 걸쳐 크게 영향을 미칠 중대한 작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보도된 대로 작전의 성격과 목적을 보면, 그것은 전격 기동 작전인 동시에 라오스에 있는 호지명 루트를 강타하기 위한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호지명 루트는 하느님으로부터 라오스→월남 및 캄보디아에 이르는 약3, 4백㎞의 월맹군 보급로이다. 이 통로에는 1천2백50개 내지 1천7백개의 주차장과 화물창고가 산재해 있으며 이 통로상의 수송에 동원되는 인원은 7만5천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미 공군은 B52중폭격기를 출격시켜 연일 이 통로를 폭격하고 있으나 68년1월부터 70년10월에 이르는 동안 이 통로를 거쳐 남파된 월맹군의 병력은 약 40만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이 도중에서 소모되는 것이지만 월맹은 이 호지명 루트를 통해 라오스·월남·캄보디아에 그 병력과 군수 물자를 계속 전개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월맹은 그 이전 군수물자의 주요보급 루트인 캄보디아의「콤퐁솜」항(구 시아누크빌 항)이 폐쇄됨에 따라 호지명 루트를 통해 많은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도록 대대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남전선의 전황이 매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월맹이 월남에서는 물론 라오스와 캄보디아에 대해 계속 침공을 시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년여에 걸쳐 파리 회담에서 추호도 그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호지명 루트를 통해 항전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호지명 루트의 단기 없이는 인지전의 조기종료란 바랄 수 없으며, 그에 대한 강타라는 것은 전략·전술적으로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것이고, 이번 작전을 중대시해야 할 소이는 바로 이러한 곳에 있다고 하겠다. 또 월남북부에서 라오스 남부에 이르는 횡단 선은 개미 허리모양 인지반도에서 가장 즙은 지역으로 만약 이것을 제압하게 되면 인지 반도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는 월맹군은 문자 그대로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므로 인지 전은 그야말로 신국면을 띠게 될 것이다.
또한 월남 군이 이 작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작년 5월 캄보디아 성역에 대한 작전과 더불어 월남군 자체 전투력의 과시를 의미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월남군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지전국의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아직 심상치 않은 것들이 많다. 인지의 기후가 건기에 접어듦과 더불어 월맹군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위협하고 있는가 하면, 라오스에서 전면공세를 시도하고 있고 특히 캄보디아 전국은 낙관을 불허하고 있다.
그럴수록 크게 요구되는 것은 인지전 전면에 걸친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라고 하겠다. 미 국회에서는 이번 라오스 작전과 아울러 다시금 비둘기파의 반발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인지전의 조기종결을 위해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공산군을 자극하여 전쟁의 장기화를 가져오는 것 이외에 다른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사태 여하에 따라서는 주월 미군의 살군 계획도 재검토해야 할 것이며, 적극적인 전투 개입까지도 서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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