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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독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1월7일부터 28일까지 가졌던 어린이 겨울방학 독서회는 예상외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3주일동안에 3백21명의 어린이가 1천5백95권의 책을 독파했다. 먼지가 쌓이도록 서가에 꽂혀있기만 하던 책들이 고루고루 숨을 쉴 기회를 가진 셈이다. 물론 도서관 전직원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일이다.
읽혀진 책들을 분석하여보면 분류별로 자료가 풍부한 번역작품이 으뜸으로 그 중 세계 동화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한국문학, 위인전, 반공전집, 과학, 국사, 세계사 순위이며, 내용에 있어서는 종교의「어린이 천로역정」과 「성인들의 교훈집」에 이르기까지 고루 선택되었다.
감상문은 책의 핵심을 잘 파악하여 적절히 표현한 우수한 어린이들이 많았었다. 「우정의 고귀함을 알았다」, 「너무 아기를 귀여워하다가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등의 예가 그것이다.
운영면에서의 애로는 어린이들과 운영자가 다같이 온 시간과 정력의 낭비를 해야했던 점이다. 어린이들로서는 좌석을 갖기 위해서, 책을 빌리기 위해서, 심사를 받기 위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고 불편한 점이 많았으며 운영자 측에서는 좌석배당을 위해서 귀한 시간이 많이 소비되었다. 그 시간들은 도서선택 지도와 감상문 쓰는 법, 감상문심사 등에 활용되었어야했을 시간들이었다.
이 복잡한 사무 처리에 반장과 부반장의 보조와 활약은 큰 성과를 거두었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지원자가 이끄는 동화회는 그 동안에 얻은 지식을 발휘할 수 있는 귀하고 즐거운 기회가 되었다.
이러한 시간과 정열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책의 관외대출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집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면 좌석을 위한 양측의 노력이 불필요해진다. 책을 빌려내어 가정에서 읽도록 하려면 어머니들의 옳은 인식과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어머니와 어린이가 다 함께 도서관 책을 다루는데 주의할 점을 인식해야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①책을 보기 전에 더러운 손을 씻을 것 ②「아이스크림」이나 「초컬리트」등 책을 더럽힐 염려가 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책을 읽지 말 것 ③책 위에 올라서지 말 것 ④비나 눈이 올 때는 「비닐 종이에 싸서 책을 친구처럼 보호할 것 ⑤아기에게서 멀리할 것 ⑥개나 고양이 등 짐승에게서 멀리할 것 ⑦책에 줄을 긋지 말 것 ⑧낙서하지 말 것 ⑨침칠을 해서 책장을 넘기지 말 것 ⑩책 모퉁이를 꺾지 말고 다른 종이로 읽던 자리를 표할 것 ⑪책을 찢지 말 것 ⑫기한 내에 낼 것 ⑬이 책들은 국내의 어린이들이 다같이 논아 볼 것이므로 아낄 것 등이다. 어린이들에게는 독서회에서 얻은 습성을 버리지 말고 독서일기를 계속 쓰도록 권유하고 싶다.
이번 독서회에서 노린 목적은 고루 달성한 셈이다. 유아들이 형제를 따라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는 독서 분위기를 가정에까지 침투시킨 점이라든가 좌절된 형제에 대한 격려, 자신이 없는 어린이가 친구의 영향으로 끝까지 계속한 점 등이다. 오는 13일 오후 3시에는 이번 독서회에 참가했던 어린이들에게 수료증을 수여한다. 이 운동이 하루 속히 각시·군·도로 퍼져 전국적인 행사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각 공공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의 사고들의 관심과 노력은 물론 어머니들의 협력이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홍정연-국립중앙도서관 어린이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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