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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정치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노동자들의 정치참여 문제가 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1월 15일 한국노총의 최용수 위원장은 71년 연두기자회견에서 각 지역 노조에 「정치교육 위원회」를 설치하여 근로자에 대한 정치교육 등의 방법으로 노조에 이익 되는 정치인과 정당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정치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 취지에 따라 가칭 정치활동 위원회가 1월23일 영등포지역에 설립되어 25일엔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었던 이창혁씨를 지원키로 특별결의를 하고, 회원포섭을 추진중이라고 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노총과 산하지부가 선거에 앞서 뚜렷한 정치활동위원회를 조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노총은 과거에 자유당의 어용단체로 부정선거에도 관여했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었고, 자가정비가 된 것으로 안다. 외국에서는 노조가 단위로 정당에 가입하는 일도 있고(영국), 노조원이 개인자격으로 정당에 가입하는 일도 있으며(서독), 노조의 정치활동이 금지된 일도 있다(미국).
우리 나라에서는 미국의 예에 따라 노동조합법에서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고, 정당지지나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하고 노조는 정치자금을 징수할 수 없으며 노조기금을 정치자금에 유용할 수 없게 하고 있다(12조). 또 정당법도 노조는 정치헌금을 할 수 없게 하고 있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법도 누구든지 교육기관이나 종교적·직업적 단체에 대한 특별관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노조의 정치활동금지 규정의 해석에 관해서는 강학 상 여러 가지 이견이 있었으며 이 노동청장도 법인체로서의 노조의 정치활동은 금지되나 조합원이 개인자격으로 지원하는 것을 금지한 것은 아니라고 유권적인 해석을 했다 한다. 노총에서도 친목단체를 조직하여 개인자격으로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노조원이 개인으로서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노조법 제11조의 반대해석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또 노조원 개인이 정당에 가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분규정은 하나도 없고, 그가 정당에 가입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정치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노조의 간부들이 특정정당의 당원으로서 정치활동을 하는 경우, 우리의 실정으로 과연 노조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외국의 경우에는, 사용자를 대변하는 정당과 피용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자는 자연히 근로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정당을 위하여 정치활동을 하게되고 노조의 분열이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는 보수정당들이 대동소이한 노동정책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노조원들의 선택의 여지도 각이 하리라고 생각된다. 노조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여야당에서 분리하여 입후보하는 경우 노조가 정치적으로 분열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노조가 정치위원회를 조직하여 노조원의 정치적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것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경우, 이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선거법의 유사기관설치금지조항에 위반되는 것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일의 전체회의에서 노조원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서클」을 조직하는 경우, 유사기관설치금지조항에 해당된다고 보고 지체없이 폐소토록 명하게 되었다 한다.
우리는 노조가 조직점거와 회원확대권익옹호를 위한 당면과제를 우선 해결해 주기를 바라며, 정치적 활동으로 노조의 분열이나 어용화를 막도록 최대한의 자중을 바라고자 한다. 정부는 노조의 정치활동이 근로자의 권익옹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관계법령을 개정할 것이요, 그 경우에도 노조는 진정한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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