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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사적 측면|이방훈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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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년 동안 월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지 3개국을 무대로 전쟁과 복잡 다단한 인지 정치·경제·사회 문제를 취재하고 최근 귀국한 본사 이방훈 특파원은 3회에 걸쳐 현장에서 본 전체적 정세와 화전의 전망을 간추려 소개한다.
작년 5월 미월군의 캄보디아 월경 작전을 고비로 월남전의 양상은 크게 변했다. 월남 안에 있는 미군의 안전과 미군 철수 후의 월남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는 이 작전이 군사적으로 필요 불가결의 절대성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작전의 성과는 다대했으며 닉슨 대통령의 결단성이 높이 평가되었다. 미국 내외에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켰으나 이 작전 수행으로 월남 안은 조용해졌으며 미군의 단계적 철수에 박차를 가하게된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월남전은 소강 상태를 지나 승자도 패자도 없는 얄궂은 전쟁의 종말을 고할 단계로 접어들었다. 정전·휴전 어떠한 협정이나 약속이 없이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월남전의 「페이드·어웨이」(fade away) 란 단어를 즐겨 쓰고 있다. 이는 공산군이나 연합군 할 것 없이 어느 쪽도 이길 수도 없고 질 수도 없는 막대한 손실과 피해를 입은 긴 특수 전쟁을 치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상호 전쟁 종결의 명분을 찾을 수 없으므로 조정된 약정이나 양보를 되풀이하다 유야 무야 상호의 피해를 줄이는 살상 행위를 자발적으로 중단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월남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고 지금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미월군 「캄보디아」 월경 작전 결과 1만여명의 공산군을 사살하고 2개 사단 병력이 1년간 공격할 수 있는 무기 탄약 식량을 노획했다. 병력 사살 수는 정확하지 않아 (공산군이 사전 공격 정보를 입수, 도주했다는 설도 있음) 인명 피해 면에서는 대수로운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물자 노획은 연합군의 대전과라 할 수 있다.
이 작전과 때를 같이한 시아누크 축출 혁명은 연합군 전과를 더욱 뜻 있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성지 분쇄와 더불어 성지 재구축을 위한 보급 루트의 봉쇄였다. 우경 쿠데타로 등장한 「론·놀」수상의 「시아누크빌」항의 공산군 사용 금지 조처이다.
이로써 성역에 은거하면서 월남 3군단 지역 (사이공 주변) 과 4군단 지역 (남부 메콩·델터)을 위협하던 약 5만의 월맹군과 베트콩은 부득이 호지명 루트에 인접한 캄보디아 북쪽 라오스 접경 지대로 성지를 옮기지 않으면 안되었다. 현재 이들은 호 루트로 내려오는 보급물자를 라오스 남부「안토푸」에서 캄보디아 북부「스텅트렝」, 「크라티에」, 「콤퐁참」으로 이어지는 「메콩」강을 통하여 「삼판」으로 운반하고있다.
또한 성역 구축을 방해하는 캄보디아 정부군과 월남군 (2개 사단)의 공격을 막아야하며 캄보디아 적화를 위한 「크메르·루큐」조직과 이들의 민병화 군사 훈련을 지속해야한다. 따라서 거리 상으로 월남 접경 지대에서 캄보디아 깊숙이 성역이 옮겨졌고 그 성역의 확보와 보급 물자의 비축 등 새로운 임무 부여로 캄보디아 안 공산군은 월남을 공격할 겨를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월남 1군단 지역 (북부 DMZ) 과 2군단 지역 (라오스 접경 중부 월남) 의 공산군 약 8만 명은 계속되는 미 공군의 호「루트」맹폭으로 대량 전쟁 물자 획득이 곤란하고 오랜 전쟁 수행에서 입은 베트콩 기간 요원 (장교급) 손실에서 오는 정병 양성 둔화를 막기 위해 월맹군 장교들을 베트콩 속에 분산, 지방 게릴라 재건에 안간힘을 쓰고 있어 사실상 대부대 공격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다.
또 「아샤우」계곡을 통한 「케산」전투에서 대부대 공격으로 인한 공중 폭격 피해를 예상 밖으로 극심하게 입고 실패한 후 공산군은 전술을 변경, 다시 소부대 「게릴라」 전으로 환원했던 것이다.
미 공군의 호 루트 폭격은 요충지의 차량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고 (약 30리의 주위가 달 분화구 같이 깊은 웅덩이가 파진다) 인편 운반 일변 도로 물자 수송을 하게 되는데 미군의 최신 비밀 무기들이 정글·산·논두렁 할 것 없이 도처에 뿌려져 한사람이 움직이는 것까지 샅샅이 감지되므로 대부대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물샐틈없는 과학적 정찰로 부대 집결·물자 비축이 곤란한데다 장기 전쟁으로 입은 공산군의 물적·인적 자원 손실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다대하다고 하겠다.
이런 시점에서 미군은 자발적으로 병력을 빼고 있다. 이는 월맹이 원하고 요구하던 것이었다. 빠지는 친구들을 괜히 건드려 보복을 받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월남 전역에서 요즘 큰 전투가 거의 없다.
2, 3명 조가 잠입하여 수류탄이나 박격포 수발을 쓰고는 도주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건수도 점차 줄어 들고 있다. 반면 테러 행위는 격증하는 것 같다. 주로 지방 관리·민간인에 대한 테러가 선하다.
주월 한국군의 예를 들어도 접적 행위가 거의 없다고 한다. 한국군은 적의 공격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가서 적을 찾아 싸우는 데도 요즘 이상할 정도로 적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적은 산중이나 정글 속으로 이동한 것으로 본다고 정보 장교들은 말하고 있다. 하여간 공산군이 재정비 강화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가까운 장래의 공격을 위한 것이 분명한데 예상했던 금년 테트 공세도 보잘 것 없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월남전이 65년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큰 전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다시 민중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정치 전쟁을 시도하는 증좌이기도 하다.
미군이 빠진 후의 월남군과의 결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월남 군은 민병대까지 합쳐 1백만명을 넘는다. 모두 정병이라 할 수는 없어도 캄보디아 작전에서 보여준 실력으로는 급제점 이상이라고 미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미군이 쓰던 최신 장비를 모두 인계 해주고 미 공군 해군 지원이 계속되는 한 공산군과 대등히 싸울 수 있을 것이라는 평들이다.
월남 적화 위험도보다 지금 시점으로 캄보디아 적화에 미국은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월남전의 시초 (미군 대량 투입) 제2의 월남전이 바로 캄보디아에서 불타고 있다. 캄보디아·라오스가 적화되지 않는 한 월남 적화는 스톱 신호가 나와 있다고 봐도 큰 차질은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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