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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평화는 가능한가|「알·아람」지 편집장 「헤이칼」이 말하는「아랍」입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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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번 연장되었던 90일간 중동 휴전 협정의 만료 5일을 앞두고 두 번째의 연장을 촉구하는 국제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랍국들과 이스라엘은 병력 이동과 장비 집결 등으로 임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야링 유엔 중동 특사를 통해 제시된 양측의 입장에는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휴전 만료를 앞두고 아랍 세계의 가장 권위 있는 대변자로 알려진 아랍 공의 「알·아람」지 편집장 「모하메드·헤이칼」의 입을 통해 아랍 세계의 입장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알·아람」지를 찾아드는 외국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나에게 『이스라엘과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있어 아랍 세계의 궁극적 입장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적 나세르 대통령은 작년 7월 소련 지도자들과의 회담 차 나와 함께 모스트바를 방문했을 때 이 질문에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모스크바 회담에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가 나세르에게 『귀하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하고 묻자 나세르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첫째 나는 이스라엘에 단 한치의 땅도 넘겨줄 수 없다. 둘째 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를 결코 희생시킬 수 없다.』 영토 문제에 관한 이집트의 입장은 수천년의 긴 역사로 확정되어온 것이다. 우리 나라의 국경선은 언제나 명확히 구획되어 왔다.
우리 나라의 카이로에 있는 박물관에는 이를테면 멀리 시나이 반도에 있는 엘아리시 마을로부터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군 주둔 사령관이 보내온 편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편지들은 이집트의 국경선이 이미 수천년 전에 확정되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페르샤인·희랍인·로마인·터키인·영국인 등 수없이 많은 외국 점령군이 이 나라에 오가고 했다. 그랬어도 우리 국경선은 변함이 없었다. 이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이집트는 국경선을 변경하라는 요구 조건에 직면하고 있다.
67년 6일 전쟁 이후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분쟁은 두 가지 기본 문제에 집약되어 있다. 즉 우리 이집트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그들 안전을 위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사다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이스라엘이 확보될 수 있는 최대한의 안전은 4대국의 보장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4대 강국이 유엔안보리의 상임 이사국이라는 것은 그들의 보장에 하나의 국제적 합법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4대국은 중동의 분쟁 국가들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안전 보장은 중동 평화를 위한 진일보가 되는 것이다.
4대국의 보장은 또 지역 평화 유지의 전례도 될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봐서 이스라엘은 그 안전의 보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왜냐 하면 이스라엘인들은 아랍 세계에 대해서 자기네들의 군사적인 우위를 주장하지 않는가. 또 아랍 제국의 군사력을 궤멸시키겠다고 위협하지 않는가. 이스라엘이 그다지도 강력하다면 무엇 때문에 안전의 보장이 필요한가.
그러나 장기적으로 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군사력의 우세와 그 사용으로써 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는데 있다. 이스라엘의 중대한 역사적 과오는 바로 이점에 있다. 이스라엘은 아랍 세계의 바다 속에 있는 하나와 섬이며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이 같은 바다에 맞서 항구적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아랍의 바닷가 앞으로 영영 약하고 지리 멸렬 상태에는 있지 않을 것으로 인식해야만 한다. 이스라엘이 자신만만한 조건만을 조성한다해서 평화 상태가 이뤄질 수는 없다. 평화란 마음속에서 우러나야지 총구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아랍 세계 사람들은 흔히 우리들에게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권유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친구들이 이스라엘에 다음과 같이 충고해야 할 때가 왔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즉 아랍인들은 항상 아랍 세계에 살아왔으며 또 앞으로도 언제나 그럴 것이다.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인들의 잠재력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 역사적인 투시력을 지녔던 고 「드골」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 같은 잘못된 판단에 주의를 환기시키려한 일이었다.
나는 다시 반복하건대 중동의 평화는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 아랍인들도 무력을 통한 평화 유지를 운위하면서 우리들의 대의를 그르치는 일이 흔히 있다. 이따위 생각은 우리를 이해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영토가 침략으로 강점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인 미국이 이 침략을 뒷받침해왔다.
닉슨 대통령은 아랍인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바다에 몰아 넣으려하고 있다』고 말한 일이 있다.
어느 아랍인이 요 몇해 사이에 이런 위협을 했는지 나는 닉슨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정든 땅과 집을 이스라엘인들에 빼앗긴 팔레스타인 주민들마저 유대인들을 바다 속에 넣겠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닉슨 대통령이 이러한 신화를 되풀이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주려는 국내의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든지 아니면 중동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입안해야할 노력에서 벗어나려고 이같이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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