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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發 세대교체 후폭풍 덮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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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과천 관가에 불어닥친 인사 태풍이 산하 기관으로 번질 전망이다.

경제부총리에 행시 13회의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이 임명됨에 따라 자리를 지키기 어렵게 된 1~2급 고위 공직자들을 소화하려면 외부에 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책은행과 증권 유관기관, 산업.무역.에너지.농업.건설 등 각 분야의 정부 산하.관련 기관과 공기업은 낙하산 인사를 점치며 벌써 술렁이고 있다.

◇일괄 사표 받을까=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낙하산 인사가 쉽지 않게 돼있다. 규제 완화로 정부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대통령이나 장관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곳이 아니면 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관련 기관.협회 등이 4백30여개에 달하는 산업자원부조차 "협회.단체 등에서 사람을 하나 보내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한 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정부가 직접 임명하는 기관의 경우 대부분 기관장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첫 3년 임기가 끝난 2001년에 취임한 기관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처럼 임명직 산하 기관장들이 일제히 일괄 사표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계도 영향권=행시 8~14회가 포진하고 있는 정부 산하 금융기관들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보다 기수가 앞선 관료 출신 금융 관련 기관장은 양만기 투신협회장(8회), 김종창 기업은행장(8회),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9회), 박봉수 기술신보 이사장(10회), 맹정주 증권금융 사장(10회), 허노중 증권전산 사장(10회), 정의동 코스닥위원장(12회) 등 10여명이다.

금융계에서는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6회)이 당장 교체되지 않아 획일적 잣대가 적용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도 낙하산 수가 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정부도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눈치를 살피는 시중은행에 대해 겉으론 '자율 인사'를 보장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정부에서 최근 국민.조흥.외환은행 등의 이사회 회장제도를 트집잡고 나선 것을 앞으로 벌어질 낙하산 인사의 예고편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월 마지막 주에 주총이 몰린 것은 재경부 등의 인사 일정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허귀식.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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