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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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크메르」(캄보디아) 사태가 매우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지난22일 「프놈펜」의 도심부와 국제공항 및 해군기지를 포격하여 막대한 피해를 준 공산군은 23일 「프놈펜」시내의 한 경찰서를 폭파하고 24일에는 수도의 전 전력을 공급하는 중앙발전소를 대파했으며, 25일에는 다시 「포첸통」공항을 포격하는 한편, 병력을 집결하여 「프놈펜」포위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월남전선이 소강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틈을 타서 공산군이 「캄보디아」에서 중점적으로 대공세를 취하리라는 것은 벌써부터 예상돼 오던 바이다.
특히 이제 인지반도의 우기가 걷혀 건기에 접어들어 감에 따라 공산군이 본격적인 공세를 시도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추측할 수 있던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산군의 「프놈펜」공격은 새삼 놀라운 것은 아니며, 문제의 초점은 앞으로 더 한층 격화될지도 모르는 「캄보디아」전국에 「캄보디아」정부군은 물론, 이를 지원하는 미·월군이 어떻게 대처하여 위기를 타개해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다.
총체적으로 인지전국을 판단할 때, 월남전·「캄보디아」전·「라오스」전 등 세지역에서의 전투는 그것들을 따로 떼어서 독자적인 조건과 성격을 갖는 전선이라고 하기보다는 그 3개의 전선이 서로 밀착된 거대한 하나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캄보디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캄보디아」정부와 월남정부와의 긴밀한 연휴작전이 필요한 동시에 인지전 전역에 대한 미국의 균형된 지원체제의 확립이 더욱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20일부터 22일까지 「론·놀」「캄보디아」수상이 월남을 방문하여 「티우」대통령과 월·「캄」군의 공동작전을 협의한 것이라든지, 또 그 며칠 전 미국이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미공군의 활동을 확대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편 월남전의 수습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캄보디아」전선의 긴박화에 따라 이에 대처하기 위한 보다 과감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월남전쟁의 「자연종결론」, 또는「베트콩」의 「자연소멸론」등 비교적 낙관론을 내세우면서 금년 중에 이른바 「월남화계획」을 완료함과 동시에 미군의 전투책임을 종료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있다.
미 국회는 작년 12월 23일 「캄보디아」에 대한 2억5천5백만 「달러」의 군사원조를 가결한바 있으나, 작년 12월 이른바 「쿠퍼-처치」결의안의 최종통과로써 『미전투부대와 군사고문의 「캄보디아」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캄보디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있어서는 미 국회내의 「비둘기」파를 비롯해서 미국내 반전파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캄보디아」사태가 악화될 때는 월남화 계획을 비롯해서 주월 미군의 생명에 대한 위협은 물론, 호전되고 있던 월남전국에도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산군이 「프놈펜」을 공격하는 이유 가운데는 미군의 대 「캄」공군지원강화에 대한 보복이라고도 풀이되고 있으나 그보다는 미국민의 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심리전적 책동이란 양상이 더 짙은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으로서는 그럴수록 대 「캄」지원에 대한 여론을 집결시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것만이 「캄보디아」사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요, 또한 가장 근본적인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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