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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 전원 국회서 첫 합숙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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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한길 대표가 이른바 ‘장외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이 이번에는 ‘의원 합숙투쟁’을 하기로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국정감사 기간 중 김 대표를 제외한 126명의 의원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에서 기거하기로 결정했다. 국정감사는 14일부터 11월 2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3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의원이 본격적인 24시간 비상국회 체제를 가동해 ‘주국야국(晝國夜國)’,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국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독하고 결기 있는 모습뿐만 아니라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해법을 내놓고 성과를 내는 유능한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의원들도 대부분 원내지도부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언주 의원은 “오늘부터 합숙투쟁에 들어간다고 해서 침대를 주문해 놓으라고 했다”고 밝혔고, 배재정 의원은 “의원실 안에 넓은 좌식 테이블이 있어 그 위에 이불을 깔고 자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선 합숙 준비가 한창이었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접이식 간이침대 50여 개를 단체 주문했다. 조형국 민보협 회장은 “의원실 보좌진들도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루씩 의원들과 함께 의원실을 지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상 초유의 합숙투쟁을 앞두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국회 본관의 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에 쥐가 나타난 것이다. 원내행정기획실 직원들은 지난 주말부터 이미 합숙을 하고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잠을 자는데 갑자기 쥐가 나타나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었다”며 “합숙을 하니 여성 당직자들의 고충이 너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국회에서 잠을 잔다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겠느냐”며 “겉모습보다 업무 효율을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개적인 문제 제기도 나왔다. 민주당 대변인실의 한 당직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외 투쟁 한다고 노숙당번이 오고 원내 (합숙)투쟁 한다고 원내 상황점검회의가 있다”며 “휴식이 없는 막노동에 창조적 발상이란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창조가 없이 어떻게 정당이 주목받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적당히 좀 하자. 몸을 쓰지 말고 우리도 머리도 좀 쓰면서 지내자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도 견제에 나섰다. 유일호 대변인은 “합숙투쟁의 의도가 민주당의 뜻을 100% 관철하기 위한 무언의 시위라면 그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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