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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펜」한국본부위원장 백철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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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0년대 한국의 과제는 문학에서 「노벨」상을 받는 일입니다.』 이것은 문학의 문제인 동시에 국가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펜·클럽」한국본부 위원장 백철박사는 세계문학의 정상을 향하는 우리문학의 체제정비에 이 10년을 보내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난해 제37차 세계작가대회에 이어 금년 71년은 이길을 가는 한국문학의 준비단계에 바치겠다고 말한다.
『우리문학이 「노벨」상만 받으면 나는 반세기동안 내가 몸담아온 문단생활에 보람을 안고 눈을 감겠어요』라고 노안에 홍조띤 정열을 보이는 백박사는 의외로 「노벨」의 수상의 의의를 설명하면서 현실적이고 자못 설득적인 말투가 된다.
『「노벨」상 수상을 위한 노력을 문학만의 문제인 것처럼 생각들하고 사치스런 낭비라고까지 말하겠지만 이는 근시안적 사고방식입니다. 「가와바다·야스나리」(천단강성)씨가 69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자 일본의 무역고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더욱 가까운 실례를 들면서 그는 말한다.
『지난 해 「펜」대회를 마치고 한국이 국제항공선에 들게 되었어요. 외국인들은 직접적인 「비즈니스」로 하는 선전보다는 작품을 통한 예술에 접함으로써 진정한 이해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의 태도는 이런 사실을 웅변으로 말하고 있읍니다.』
정치·경제등에 의욕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70년대 「노벨」문학상수상계획』 같은 것은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국가적 사업이 돼야한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도 이 시점의 우리 문학형편은 여기서 너무도 먼 거리에 있다.
69년에 이어 70년에도 「스웨덴·아카데미」에서 「노벨」문학상 후보작 추천의뢰를 받고 있지만 자신있게 내놓을 한두작품도 선발하기에 곤란을 겪는 실정이다.
우선 소실의 경우 단편도 있긴했지만 대부분의 수상작품이 장편이었고 우리의 경우 장편이 약하다는 것두 잘 알고 있다고 그는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노력만하면 우리도 탈수 있다는 자신을 갖습니다. 지난해에 모두들 우려했던 「펜」대회를 성공리에 끝낼수 있었다는 것과, 또하나는 우리가 수상대상국으로 선정될 지정학적 조건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 한국문학의 수준을 우리자신이 너무 과소평가할 것도 아니라면서, 『마해송씨가 일제때 자신이 주관하던 문예잡지에 한국작품을 번역 소개하여 일본문학을 압도하는 좋은 평가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문학이 결코 일본문학에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다만 일본은 오래전부터 번역문제를 총괄하는 재단이 있었고 「가와바다」에 미친(그는 「종교적으로 미친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있었던 것이 오늘 세계문학의 정상에까지 그들의 문학을 끌어올린 것이라는 것. 얼마전에 자결로 세상에 물의를 일으킨 「미시마·유끼오」(삼오유기부)씨가 몇년간 「노벨」상 후보로 오른 것도 그의 수많은 작품이 번역되었고 특히 『금각사』같은 작품은 서구에서 「베스트·셀러」까지 될 정도로 훌륭히 번역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의 꿈은 크면서도 71년의 계획은 차분하다. 『숫자로 성과를 따질 수는 없지만 방임과 계획적 노력과는 큰 차이가 있읍니다.』 그래서 문학에서의 10개년 계획을 세우겠다고 한다. 『시, 장·단편에서 세계에 주목을 끌것도 많습니다.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우선 전체적인 작품수준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1천장이상의 대작이 계속 나와야지요. 「노벨」상을 향해 가는 길은 열렸습니다. 모든 작가들이 내가 「노벨」상을 타겠다는 영감을 불러 일으켜야 합니다.』 거침없이 열변을 토하던 그는 잠시 멈칫한다. 『대작 하나를 위해 몇년을 매달리자면 물론 생활이 보장되어야지요. 그래서 「창작기금」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이에는 정부와 경제인·전국민의 호의적 협조가 절대 필요합니다.』
『한국문학이 세계성을 갖기 위해서는 번역문제가 또한 중요한 관건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대작이 나왔더라도 「완전무결한 번역」없이는 세계문학으로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가와바다」의 작품은 「사이덴스티커」와의 공동작품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반반이라는거죠.』그래서 우리문인들과 생활을 같이하고 우리문학을 예술적으로 평가하고 번역할 수 있는 영-불-미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돈이 들겠죠. 그래서 나는 이 문제로 언론계·실업계 인사들과 이달 안으로 광범한 접촉을 할 작정입니다. 「유네스코」에서도 이 문제에 장학금을 내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읍니다.』
한국문학의 번역본 출판은 아직은 수지맞지않는 투자다. 그러나 「한국문학번역국」같은것을 만들어 정치·경제에 관한 것도 취급하면서 전국을 세계에 연결시키는 일이 금년부터는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노력하면 5년안에 한국문학도 세계문단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수지도 따르게 될 것입니다.』 약간 비약적이지만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에 한국문단에 자극을 넣어주고 청신한 분위기가 되어질 것이라는 말은 지극히 타당한 사실로 납득되었다.
그는 『민족중흥은 문예부흥으로 이루는 것』이라고 하면서 언제까지나 춘원만 바라볼 수는 없다고 입을 다문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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